귀퉁이 서재

[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다시 읽으며.. 본문

책과 사유

[칼 세이건] 코스모스를 다시 읽으며..

데이터 파수꾼 Baek Kyun Shin 2020. 9. 26. 00:07

3년 전 읽었던 코스모스를 다시 한번 읽어봤다. 한 번만 읽기에는 가치 있는 내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3년 전에 한번 읽어서 내용이 머릿속에서 많이 잊혔기 때문이다. 주요 챕터별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을 발췌하고 그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제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코스모스의 어느 한구석을 무작위로 찍는다고 했을 때 그곳이 운 좋게 행성 바로 위나 근처일 확률은 1/10 ³³이다. 우리가 살면서 일어날 확률이 그렇게 낮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면 우리는 그 일에 매혹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참으로 고귀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우주에는 은하가 대략 1000억 개 있고 각각의 은하에는 저마다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모든 은하를 다 합치면 별의 수는 10 ²² 개나 된다. 이토록 어마어마한 수의 별들 중에서 생명이 사는 행성을 아주 평범한 별인 우리의 태양만이 거느릴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중략... 우리의 특별한 행운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가 생명으로 그득그득 넘쳐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그럴듯하다.

칼 세이건은 확률적으로 우주 어딘가에는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도 충분히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우주는 광활하고 그 안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행성이 있다. 그 수많은 행성 중 어딘가는 유기체가 살아갈 만한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지녔을 것이다. 우리와 모양은 아주 많이 다를지라도 생명체는 존재할 거고, 그 생명체 중 우리처럼 '생각'을 하는 존재도 있을 거다. 그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가 만화나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입장에서) 괴상할까? 그들도 우리처럼 이성, 관념이 있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학문을 발전시켰을까? 그들도 우리처럼 시를 쓰고, 노동을 하고, 건물을 짓고, 서로 싸우고, 서로 사랑을 할까?

항성계 들은 이웃 항성계와 수 광년의 거리를 사이에 둔 채로 격리돼 있다. 그러므로 그들 하나하나가 우주의 외딴섬인 셈이다. 이렇게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섬들 중에는 진화 단계에서 지성을 갖추게 된 생물들이 태어난 곳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제가 살고 있는 알량한 행성이나, 변변치 못한 별 여남은 개가 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주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지구에 대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건강, 내 직장, 내 취미, 내 돈, 내 집, 내 차, 내 옷이 주된 관심사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우리 주변 일들이 인생의 전부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알렉산드리아와 그 대도서관을 낳은 고전 문명이 붕괴되면서 도서관도 서서히 파괴되어 갔다. 장서의 극히 일부만이 후세로 전해졌고 그나마 남은 것도 사방으로 흩어져서, 고작 글 몇 줄, 종이 몇 조각이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들의 전부이다.... 중략...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도서 대여증 하나만 남아 있었더라면 과거의 수수께끼들을 많이 밝혀낼 수 있을 터인데 하는 생각을 하면 참으로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우수한 학자들이 많이 활동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최초로 지구의 둘레를 계산한 에라토스테네스, 기하학을 집대성한 유클리드, 로봇에 관한 최초의 책 [오토마타]를 쓴 헤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등장하기 이전의 사람들 중에서 가장 천재적인 공학자였던 아르키메데스, 점성술을 수집/정리한 프톨레마이오스가 있었다고 한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는 파피루스 두루마리 책이 50만여 권 있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이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결국 우리는 학문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이 불에 타지 않았더라면 학문은 더 발전하지 않았을까? 뉴턴과 같은 과학자가 더 빨리 나왔을 수도 있고, 앨런 튜링과 같은 천재가 더 빨리 나왔을 수도 있다. 대도서관에는 무슨 책이 있었을까? 얼마나 어마어마한 명저가 있었을까? 

제2장 우주 생명의 푸가

생물이 없었던 시기의 어느 날,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유기 분자들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생명은 그 분자들에서 어떻게 비롯될 수 있었을까? 이 최초의 유기 생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와 같이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의 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단 말인가? 아, 그리고 그 원초의 생명이 진화하여 어느 때부터인가 인식 기능을 갖추게 됨으로써 이제는 스스로의 기원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변화가 가능했단 말인가?

인간과 모든 동식물의 근원에 대한 탐색. 이것이 제2장의 큰 주제다.

지구는 대략 46억 년 전에 성간 기체와 티끌이 응축된 구름 속에서 만들어졌다. 화석 기록을 통해서 우리는 최초의 생명이 대략 40억 년 전 원시 지구의 바다나 연못에서 태어났다고 알고 있다. 최초의 생물은 오늘날의 단세포 생물만도 못한 것이었다. 단세포 생물은 고도로 정교한 형태를 구비한 어엿한 생물이다. 생명의 첫걸음은 이보다 훨씬 보잘것없는 수준에서 시작했다.

이번 장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책 읽기를 멈추어 생각했다. 위 구절이 바로 처음으로 읽기를 멈추고 생각하기 시작했던 구절이다. 우주에 떠다니는 성간 기체와 티끌들이 결합해 처음 지구를 만들었을 때, 바로 그때의 지구를 상상했다. 당시 지구에서도 해와 달은 여전히 하루를 주기로 뜨고 지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바다와 흙, 모래와 돌이 생겨났을 것이다. 이 지구에는 바람이 불고 비만 올뿐 그 이외의 아무 현상도 없었을 것이고 아무 생명체도 없었을 것이다. 그 황량하고 아무것도 없는 지구가 지금은 이렇게 되었다. 지구가 생긴 지 45억 년 후도, 47억 년 후도 아닌 46억 년 후 나는 태어났다. 46억 년 후에 태어난 나는 '나'라는 자기 인식을 하고 온갖 많은 생각을 한다.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지구에서 정교한 과정을 거쳐 나는 태어났다. 신기하지 않은가?

46억 년 전 지구라는 '에덴동산'에는 분자들만이 우글대고 있었다. 그 당시 에덴동산에는 다른 분자를 잡아먹는 포식자들이 없었다. 개중에 어떤 분자들은 비효율적인 자기 복제술로 자신을 엉성하게 복제해 남겨 놓기도 했다.... 중략...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기 복제술의 완성도는 점점 나아졌다. 마침내 특정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는 분자들이 한데 모여서, 일종의 분자 집합체인 최초의 세포가 만들어졌다.... 중략... 약 37억 년 전 단세포 생물이 세포 분열 후 두 개의 독립된 세포로 되지 못하고 그대로 붙어 있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유는 돌연변이 때문이었으리라. 이것이 최초의 다세포 생물이 태어나는 과정이었다.... 중략... 사람은 100조 개 가량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까 사람 한 명 한 명은 수많은 생활 공동체가 모여서 만들어진 또 하나의 거대한 군집인 셈이다.... 중략... 10억 년 전쯤부터 식물들이 협동 작업을 통해 지구 환경을 엄청나게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 시절 바다를 가득 메운 단순한 녹색 식물들이 산소 분자를 생산하자마자 자연히 산소가 지구 대기의 가장 흔한 구성 물질 중 하나가 되었다. 원래 원시 지구의 대기는 수소로 가득했다. 이렇게 해서 지구 대기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생명 현상에 필요한 물질이 그때까지는 비생물학적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으나, 산소 대기의 출현으로 지구 생명사의 신기원이 세워진 것이다. 산소는 유기 물질을 잘 분해한다. 사람은 산소를 좋았지만, 산소는 무방비의 유기물에게는 근본적으로 독이나 다름없다. 산소의 분해력에 대처할 수 없던 생물들은 무더기로 사라져야만 했다.
... 중략...
생명의 탄생 이후 37억 년의 거의 대부분 기간 동안, 지구의 생명계는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던 청록색의 조류들이 지배했다. 대략 6억 년 전부터 조류의 독과점 체제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새로운 형태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지구에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불리는 사건이다. 

지구가 태어난 46억 년 전부터 생명체가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한 6억 년 전까지의 큰 흐름을 위 한 문장이 요약해준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다양한 생물들이 탄생했다. 아무것도 없던 지구에서 어떻게 하나의 생명체가 탄생했고, 어떻게 그 생명체로부터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탄생했을까?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생명이 하나도 없던 원시 지구에서 발생한 자외선 복사 혹은 전기 방전(번개)의 에너지가 생물의 기본 재료가 될 수 있는 물질을 만들었다. 이 생물로부터 다양한 생물이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돌연변이 때문이다. 돌연변이율이 너무 높으면 진화 유산의 탑이 무너지고 반대로 너무 낮으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새로운 종이 모자란다. 따라서 생물의 진화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사이의 정확한 균형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균형이 이루어질 때 새로운 환경에 놀랄 만큼 잘 적응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탄생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무에서 유를 만든 건 자외선 복사 혹은 전기 방전이고, 하나의 종에서 다양한 종을 탄생시킨 건 균형 잡힌 돌연변이율 때문이다.

제3장 지상과 천상의 하모니

제3장의 주된 내용은 케플러의 삶이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케플러의 세 법칙은 알았어도 케플러의 삶을 이렇게 자세하게 들여볼 수 있어서 다시금 신기했다. 그리고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자 하니 참 인간이란 다 똑같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롤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브라헤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프롤레마이오스는 2세기에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에서 일하던 대학자였다. 그는 지구 중심 우주관을 주장했으며, 주전원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화성의 역행을 설명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개념은 중세 암흑시대에 교회의 지지를 받았고 그로부터 1,000년 동안 천문학의 진보를 가로막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마침내 1543년 코페르니쿠스는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 우주의 중심에 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당시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에 심기가 불편해진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급가야 1616년 가톨릭 교회는 코페르니쿠스의 저술을 금서 목록에 포함시켰다. 이 금서령은 1835년까지 그대로 유지됐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1571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그는 이미 소년 시절부터 성직자가 되는 교육을 받았다. 1589년 성직 공부를 더 하기 위해 튀빙겐으로 갔다. 튀빙겐 대학교에서 케플러는 사고의 자유와 해방을 만끽할 수 있었다. 튀빙겐 대학교의 한 교수가 코페르니쿠스의 가설에 대한 위험한 신비를 케플러에게 알려주었다. 그는 이 가설을 뜨거운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덴마크 귀족인 튀코 브라헤라는 황실 수학자가 있었다. 그는 행성의 겉보기 운동에 관하여 누구보다 정확한 관측 자료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케플러는 그를 만날 필요성을 절감했다. 케플러는 결국 브라헤를 만났다. 그와 동료가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브라헤는 화려한 것만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브라헤의 주변을 늘 소란스러웠고, 아첨꾼으로 가득했다. 항상 술을 마시고 케플러를 잔인하게 놀려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케플러의 매일은 늘 우울하고 슬플 뿐이었다. 브라헤는 케플러를 만난 지 18개월 후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케플러는 황실 수학자 자리를 물려받았고, 브라헤의 행성 관측 자료를 얻어 낼 수 있었다. 그의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3년 간의 연구를 했지만 그의 이론은 브라헤의 관측 결과와 큰 오차를 보였다. 당시 케플러는 행성이 원운동을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행성이 원 운동을 한다면 도저히 브라헤의 관측 결과가 나올 수 없었다. 결국 케플러는 원 궤도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했다. 그는 원에 대한 동경이 환상임을 깨달았다. 행성이 타원 궤도를 갖는다고 가정하니 튀코 브라헤의 관측값과 완전히 일치했다. 이로써 케플러는 행성이 태양 주위를 공전할 때 원 궤도가 아니라 타원 궤도를 따라 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케플러는 오랜 연구 끝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법칙을 발견했다.

제1법칙. 행성은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태양은 그 타원의 초점에 있다.
제2법칙. 행성과 태양을 연결하는 동경은 같은 시간 동안에 같은 넓이를 휩쓴다.
제3법칙. 행성의 주기(행성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를 제곱한 것은 행성과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를 세제곱 한 것에 비례한다. 즉 멀리 떨어져 있는 행성일수록 더 천천히 움직이되, 그 관계가 수학 공식 P²=a³을 정확하게 따른다.

튀코 브라헤를 만나기 전 케플러는 가난한 학자였다. 그의 아내는 케플러가 하는 일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가 가진 가난한 직업을 몹시 경멸했다고 한다. 케플러도 나름대로 그녀를 나무라고는 했다. 그것과 관련해서 케플러는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연구에 몰두하다가 깜빡 잊고 그녀를 또 꾸짖고는 했다. 그러나 과거 경험이 이제는 약이 되어 나는 그녀를 결코 다그치지 않는다. 그녀가 내 말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 이상 나무라기보다 내 손가락을 깨무는 편이 더 낫다."

사람과 사람 간의 다툼, 특히 가까운 사이와의 다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싶다.

제5장 붉은 행성을 위한 블루스

나는 화성의 지평선을 인류에게 처음 보여 준 영상을 그만 넋을 놓고 바라봤다. 이건 외계의 세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콜로라도나 애리조나나 네바다 주 등에도 그런 지역들이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지구 상의 어느 풍경과 다를 바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바위 덩이와 모래 언덕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었고 지평선 멀리에는 높은 산이 자리 잡고 있었다. 화성은 그저 하나의 '장소'일뿐이었다. 머리가 반백이 된 광산 채굴꾼이 노새를 끌면서 모래 언덕 뒤에서 나타나기라도 할 것 같았다. 물론 그랬다면 화들짝 놀랐겠지만 말이다. 나는 베네라 9호와 10호의 금성 영상을 검토하느라 수많은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렇지만 금성 표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전혀 없다. 여기야말로 어떻게든 우리가 다시 돌아오게 될 곳임을 나는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화성의 경관은 황량하고 붉고 아름다웠다.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운석공이 만들어질 때 튕겨 나왔음 직한 자갈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작은 모래 언덕들, 바람에 흩날려 높이 솟아오른 미세 입자들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먼지들로 덮였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바위 덩이들이 벌판에 흩어져 있었다. 저 바위 덩이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얼마나 많은 먼지가 바람에 실려 옮겨진 것일까? 이 행성의 과거 역사가 어떠했기에 바위가 잘려 나가고 암석이 땅에 파묻혔으며 홈이 다각형으로 파이게 된 것일까? 바위의 성분은 모래와 같을까? 모래는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뭔가 다른 요인으로 생긴 것일까? 하늘은 왜 분홍빛일까? 공기의 성분은 무엇일까? 바람의 속도는 어떻게 될까? 화성에도 지진이 있을까? 대기압이나 경관은 계절에 따라 어떤 변화를 보일까?

(중략)

화성의 표면적은 지구의 육지 넓이와 거의 같다. 철저하게 답사하려면 분명히 몇 세기 동안 꼬박 이 일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화성 탐사가 완료되는 때가 오고야 말 것이다. 로봇 비행선으로 공중에서 지도를 다 작성하고 이동 차량으로 표면을 샅샅이 조사하고 표본을 지구로 안전하게 가져오고 인간이 화성의 모래 위를 걸어본 후에 말이다. 그런 다음엔 화성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이 지구를 잘못 사용한 수많은 사례가 있다 보니 이 질문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만약 화성에 생명이 있다면 화성을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경우라면 비록 화성 생물이 미생물에 불과할지라도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 둬야 한다. 이웃 행성에 존재하는 독립적 생물계는 가치 평가를 초월하는 귀중한 자산이다.

제5장은 화성 탐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칼세이건은 얼마나 화성에 가고 싶었을까? 우주복을 입고 화성을 거닐며 화성의 토양을 만지고 싶었을 것이다. 화성의 미생물을 마주하고 싶었을 것이다. 화성의 하늘과 화성의 대기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는 분명히 화성을 탐사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칼 세이건은 인간이 화성을 거닐지는 못하더라도 화성 전역에 대한 탐사가 완료되는 때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인류가 화성을 탐사한지는 불과 50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100년 후가 될지, 500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는 화성 전역에 대한 탐사가 완료될 것이다. 화성의 지도도 만들어질 것이다. 화성 내부의 지각 구성 성분도 알아낼 것이다. 화성의 토양, 대기, 환경을 사람이 살 수 있게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인간은 화성 여행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화성을 제2의 지구로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은가?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피폐해진다면 인류는 지구를 버리고 화성으로 떠날 수도 있다. 우리의 자손들은 자신의 조상들이 지구에 살았다는 사실을 역사로 배울 것이다. 지구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접할 것이다. 다시 오랜 시간이 지나 화성 내에 인간의 기술로 손 쓸 수 없는 환경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 맞닥뜨린 인류는 환경 보호를 하며 지구에 살았어야 한다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자신들의 조상을 탓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상상이 실현되려면 화성에 생물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화성에 생물이 존재한다면 화성은 화성 생물에게 맡겨 둬야 한다. 

제7장 밤하늘의 등뼈

고대 수렵 채집인들도 우주에 대해 상상을 했을까? 거의 대부분 못했겠지만 그중 일부 사람들은 저 하늘 넘어로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너무 궁금해 사냥이 다 끝나고 잠들기 전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을 것이다. 작고 반짝이는 저 물체는 무엇일지 궁금했을 것이다.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으리라. 

그러다가 2,500년 전 이오니아에서 새로운 깨달음의 기운이 일기 시작했다. 신에 기대지 않고 우주와 세계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인류 최초의 철학자인 탈레스도 이오니아인이었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고 했다. 비록 탈레스의 견해가 옳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그의 접근 방식이다. 만물은 신의 산물이라는 기존의 통념에서 탈피한 생각이야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그 뒤로 등장한 아낙시만드로스, 히포크라테스,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 아낙사고라스는 모두 이오니아 혹은 그 근처의 철학자이자 과학자들이었다. 이후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에라토스테네스와 같은 그리스 철학자들도 등장했다. 이들은 모두 인류의 지식과 지혜의 뿌리를 만든 사람들이다. 수학, 천문학, 물리학, 화학, 철학, 문학 등 거의 모든 학문의 스승이다. 이들로 인해 인류는 지(知)를 사랑하고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철학자로만 알고 있던 이들이 천문학과 관련된 책인 '코스모스'에 등장했다. 그들은 결국 천문학, 아니 모든 학문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제8장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여행

태양에서 우리 은하의 중심까지가 3만 광년이고 우리 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나선 은하인 안드로메다자리의 M 31까지는 200만 광년이나 된다. 오늘 우리가 M 31에서 보는 빛이 지구를 향해 출발했을 당시 지구에는 인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퀘이사까지의 거리는 80억 내지 100억 광년이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그들의 모습은 사실 우주 먼지가 뭉쳐 지구가 되기 전, 심지어 우리 은하가 만들어지기도 전의 상황이다. 

우리가 지금 보는 퀘이사는 지구가 탄생하기 전의 퀘이사다.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다. 밤하늘에서 '지금' 볼 수 있는 천체가 지구가 탄생하기 전의 천체라니.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는 현재에 존재하지만 100억 년 전의 천체를 보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빛의 속도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 또한 내가 만약 빛의 속도에 가까운 속도로 여행을 한다면 나는 나이를 거의 먹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늙어 간다. 빛의 속도로 떠난 여행에서 돌아오면 나는 거의 늙지 않겠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몇십 년씩 늙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을 가르는 우주여행이 가능한 날이 올까? 이런 생각을 하면 장엄한 우주의 크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제13장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

코스모스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인류는 우주 한구석에 박힌 미물이었으나 이제 스스로를 인식할 줄 아는 존재로 이만큼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기원을 더듬을 줄도 알게 됐다. 별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별에 대해 숙고할 줄 알게 됐다. 10억의 10억 배의 또 10억 배의 그리고 거기에 10배나 되는 수의 원자들이 결합한 하나의 유기체가 원자 자체의 진화를 꿰뚫어 생각할 줄 알게 됐다. 우주의 한구석에서 의식의 탄생이 있기까지 시간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갈 줄도 알게 됐다. 우리는 종으로서의 인류를 사랑해야 하며, 지구에게 충성해야 한다. 아니면, 그 누가 우리의 지구를 대변해 줄 수 있겠는가?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2 Comments
  • 프로필사진 죠옹 2020.10.01 02:12 신고 '코스모스'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라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특히 2장 '우주 생명의 푸가'를 읽고는 몇 번이나 읽는 것을 그만두셨다는 말에 크게 공감했어요ㅎㅎ 우주 생명의 푸가라니! 생명체들이 끝 없이 끌고 끌려가는 선율로 우주에 울려 퍼지는 모습을 상상하며..
    책을 읽는 내내 이성이 감성을 이끌고, 감성이 이성을 이끄는 이성과 감성의 푸가를 경험 했습니다.
  • 프로필사진 데이터 파수꾼 Baek Kyun Shin 2020.10.02 13:05 신고 공감하며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이성이 감성을 이끌고, 감성이 이성을 이끌었다는 표현이 정말 멋지네요. 2장을 읽으며 들었던 기분과 딱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ㅎㅎ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