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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유

[박종인] 기자의 글쓰기

Baek Kyun Shin 2021. 1. 30. 11:01

여러 글쓰기 책을 읽다 보니 나쁜(?) 버릇이 하나 생겼다. 책, 광고 포스터, 안내책자에서 눈에 거슬리는 글을 찾아내는 버릇이다. 메일과 카톡 글은 한 번 읽고 말기 때문에 쓸 때나 읽을 때나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에 책, 광고 포스터, 안내책자에 있는 글은 다르다. 여러 번 읽히는 글이다. 그래서 거슬리는 문장을 찾아 스스로 고쳐보곤 한다.

한의원 광고 포스터에 있는 문구였다.

비만으로부터 벗어나세요!

마음속으로 '으로부터'를 '에서'로 바꿨다.

비만에서 벗어나세요!

더 보기 좋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정작 내가 글을 쓰면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글에서는 거슬리는 문구를 쉽게 발견하는데, 나는 다른 사람 눈에 거슬리는 글을 쓴다. 남의 잘못은 잘 찾아내면서 내 잘못은 모르는 것처럼. 

좋은 글을 쓰려면 생각을 잘 정리해서 깔끔하게 글로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생각을 잘 정리하는 일과 깔끔하게 글로 표현하는 일은 모두 빨리 하기 어렵다.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러니 대충 빨리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대충 빨리 해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정성을 들여도 마음에 드는 글을 못 쓴다. 그 이유로 글을 길게 쓰는 게 조심스러워졌다. 길게 써야 한다면 마음을 놓고 쓴다.

언론사 기자는 매일 빠르게 글을 쓴다. 동시에 자극적으로 쓴다. 그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했다. 유시민, 강원국 작가와는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기자의 글쓰기>를 읽었다. 언론에서 사용하는 특별한 기술이 있을 줄 알았다. 아니다. 그런 건 없다. 글쓰기 책에서 말하는 '글 잘 쓰는 원칙'은 대부분 비슷하다. 결국 그 원칙을 잘 지켜 쓰는지에 성패가 달렸다.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원칙에 맞게 썼는지 자가 검열하고 있다. 검열 체계에 빈틈이 많은 게 흠이지만.

 

<기자의 글쓰기>에서 기억하고 싶은 글을 다음과 같이 발췌했다.

입말로 쓴다

좋은 글은 입말로 쓴다. 글과 말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자. 글은 문자로 옮긴 말이다. 사라져버리는 말이 아까워서 문자로 옮기니 글이 된다. 재미있게 들은 말은 재미있게 쓰고 슬프게 들은 이야기는 슬프게 옮겨 적는다. 그 뉘앙스와 그 분위기까지 다 옮기는 게 좋은 글이다.

쉽게 쓴다

짧은 단어를 쓸 수 있을 때는 '절대' 긴 단어를 쓰지 않는다.

일상생활용어로 대체할 수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용어, 전문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재독, 삼독을 했을 때 그 부분이 전체 맥락에 필요 없다고 생각된다면 과감하게 빼버린다. 아깝다고 그냥 놔두면 글의 구조를 더 해친다.

육하원칙 가운데 '왜'가 가장 중요하다. 독자들은 왜가 가장 궁금하고, 필자들은 왜를 가장 자주 까먹는다.

바른생활류 주장은 숨긴다

미담 혹은 모범적인 표현들을 쓰지 않는다. 잘 써놓고도 맨 끝 문장이 '~해야 할 것이다'라는 당위적인 표현 또는 '~해야겠다'따위 자기 결심으로 끝나면 그 순간 잘 읽어왔던 글이 와르르 무너지고, 독자는 초등학교 바른생활 책을 읽느라 이 시간을 버렸나 하고 그 글을 덮는다.

'더욱 열심히 해서 ~해야 겠다'는 결심도 같은 맥락에서 글을 재미없게 만드는 문장이다. 이런 미담류, 바른생활류의 주장을 하고 싶다면 숨겨놓는다. 대신 팩트를 많이 챙겨서 쓴다.

리듬감을 살린다.

문법에 어긋난 문장을 비문이라고 한다. 비문이 없고 유려하며 품격 있는 글은 조금 훈련하면 다 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글들 중에도 읽히지 않는 글이 있다. 쉽게 읽히지 않고 읽으면서 계속 막히는 글이 있다. 리듬이 없기 때문이다. 리듬이 없으면 그 글이 뭐가 됐든 간에 읽히지 않게 되고 글을 쓴 필자와 글을 읽은 독자의 노력은 헛수고가 된다. 좋은 글은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막힘이 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글이다.

학생은 질문이 없다. 단지 시험에 나오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
학생은 질문이 없다. 단지 시험에 나오는 내용에만 관심이 많다.

'것'은 대개 내용, 일, 행동, 기억, 사실 같은 구체적인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 독자들은 그런 '구체적인' 단어를 원한다.

2015년 3월 10일 그가 죽었다.
그가 2015년 3월 10일 죽었다.

두 문장은 뉘앙스가 다르다. 문장 속 단어 순서를 이리저리 바꾸거나 단어 자체를 바꿔보면 어느 순간 '이게 더 읽기 쉽네'하는 순서와 구성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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