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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유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

Baek Kyun Shin 2020. 12. 27. 16:04

이 책은 14대 달라이 라마와 정신과 의사인 하워드 커틀러의 담화록이다. 하워드 커틀러가 질문하고 달라이 라마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담화 주제는 '행복'이다. 삶의 목표가 행복이라면 인생 지침서로 삼아도 좋을 책이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가

우리 모두는 행복하길 원한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쾌락이나 기쁨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술과 담배, 마약으로 얻는 건 순간적인 쾌락이다. 승진, 복권 당첨, 사업 성공으로 얻는 건 일시적인 기쁨이다. 쾌락과 기쁨은 근본적인 행복이 아니다. 쾌락과 기쁨은 잠시 머물다 사라진다.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쾌락과 기쁨은 욕심을 낳는다. 더 큰 쾌락과 더 큰 기쁨을 원하게 된다. 행복은 이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행복이란 불행이 없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싶다. '건강'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 말하자면 몸이 '정상'인 상태를 뜻한다. 내 몸이 꼭 운동선수 같아야만 건강하다고 하지 않는다. 건강 검진을 받았을 때 큰 이상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꼭 돈이 얼마 이상이어야 혹은 쾌락을 많이 느껴야 행복한 게 아니다. 지금 불행하지 않다면 행복한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 때문에 고통받는가?'라는 질문은 '우리는 무엇 때문에 행복하지 않는가?'라고 바꾸어 말해도 되겠다. 달라이 라마는 이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삶에는 반드시 문제가 일어나게 되어 있습니다."

불교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생은 고(苦)다." 인생은 괴로움의 연속이라는 말이다. 너무 비관적인가? 달라이 라마의 말을 들어보자.

"고통이 삶의 일부라는 건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우리는 고통과 문제를 싫어하는 자연스러운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인생은 고(苦)다'라는 진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비관적으로 보이는 이 진리를 마주한 우리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바꿔 말해 우리는 어떻게 괴로움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사람들이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명상과 마음 수련을 해야 한다고.

"당신이 시간을 내어 늙는 일과 죽음, 다른 불행한 일에 대해 명상한다면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 당신의 마음은 훨씬 평화로울 것입니다."

... 중략...

"당신은 기본적으로 고통이 부정적이며 무슨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선 실패를 뜻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가지면 어려운 상황이 닥쳐 그것에 압도당할 때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생겨서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반면에 당신이 근본적으로 고통이 자기 존재의 자연스러운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삶의 시련에 부딪칠 때도 의심할 여지없이 잘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고대 로마에서 유래한 말 중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말이 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과 함께 회자되는 말이다. 나는 '카르페 디엠'보다 '메멘토 모리'의 메시지가 가슴에 더 와 닿는다. '메멘토 모리'의 뜻은 '죽음을 기억하라'이다. 내가 언젠간 죽는다는 걸 항상 기억하라는 말이다. 메멘토 모리를 염두하면 매사에 초연해진다. 죽음 앞에 그 무엇이 중요할까.

달라이 라마가 말하는 '고통을 피하는 방법'도 메멘토 모리 정신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달라이 라마가 의도한 바와 메멘토 모리의 본질적인 의미는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머지않아 늙고, 병들고, 죽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고통 앞에서 초연해진다는 메시지는 같다. 내 가족이나 친구가 죽는 순간도 언젠간 온다. 가족과 친구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수는 없다. 그들이 죽는 상황을 미리 생각해보자. 분명 그런 상황은 닥친다. 이마저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고 달라이 라마는 말한다.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상황을 보다 담담하게 맞이할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가 죽기 전에 내가 먼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죽음은 피해야 할 일,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아니다. 죽음은 인생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죽음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 그 전 단계인 늙음과 병듦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 모두를 받아들여야 하고 머지않아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죽음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평소에도 고통을 겪는다. 친한 친구가 내 월급의 2배를 받으면 괴로워한다. 먹고 자고 살아가는 데 전혀 지장이 없더라도 우리 집이 15평이라면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고 싶어 괴로워한다. 이런 괴로움에서 어떻게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달라이 라마는 이렇게 말한다.

"분명히 우리는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고통의 원인을 없앰으로써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고통의 근본 원인은 무지와 욕망과 미움입니다. 이것들은 '마음의 세 가지 독약'으로 불립니다."

... 중략...

"사실이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고 욕망과 미움 같은 고통스러운 마음을 제거하면, 완전히 순수한 마음 상태가 되어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아래 인상 깊었던 달라이 라마의 말을 모아두었다. 마음에 담아두면 좋을 잠언이다.

단순한 지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내면의 수행이 뒤따르지 않는 한, 겉으로 보기에 아무리 편안한 환경 속에서 지내더라도 당신은 자신이 바라는 기쁨과 행복을 절대로 느낄 수 없습니다. 반면에 당신의 내면이 고요하고 평화롭다면, 행복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갖가지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더라도 당신은 변함없이 행복하고 즐거울 수가 있을 것입니다."
"탐욕의 반대는 무욕이 아니라 만족입니다. 당신이 큰 만족감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것을 소유하는가 아닌가는 문제가 안 됩니다."

행복에 이르는 길

"행복을 찾는 첫 번째 단계는 '배움'입니다. 우리는 먼저 부정적인 감정이나 행동이 우리에게 얼마나 해로운가를,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은 얼마나 이로운가를 배워야 합니다."

서로 가까워지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상대방이 먼저 자신에게 긍정적으로 대해주길 기대합니다. 상대방이 긍정적으로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자신이 먼저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잘못된 태도입니다.... 중략... 당신의 태도를 바꾸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자비로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하는 일입니다."

왜 자비심이어야 하는가

"예를 들어 어느 부유한 사업가가 당신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고 상상합시다.... 중략... '난 사업에서 큰 성공을 거뒀고, 친구들도 있고, 아내와 자식들을 부양하고 있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좋은 편입니다. 내 삶에 뭔가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은 전혀 없습니다. 자비심, 이타주의, 따뜻한 마음을 키워야 한다는 건 물론 좋은 얘깁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나한테 무슨 이익이 되겠습니까?'... 중략... 사업가가 그렇게 얘기했더라도, 무엇보다 그가 정말 마음 깊이 행복을 느끼는지 난 여전히 의심이 됩니다. 난 자비심이 인간의 생존에 가장 기초가 되며, 그것 때문에 인간의 삶이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된다고 확신합니다. 자비심이 없다면 삶에서 기초가 되는 부분이 빠진 것과 같습니다."
"사람들은 건강한 몸으로 오래도록 살고, 마음의 평화와 행복, 기쁨을 누리길 바랍니다. 이기적인 사람들이 바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들이라면, 사랑과 자비를 가질 때 그것들을 한층 더 쉽게 이룰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우리가 문제를 걱정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오로지 자기만이 그런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느끼는 듯합니다.... 중략... 문제가 일어날 때 너무 가까이에서 너무 집중해서 문제를 생각하면 도저히 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 일을 더 큰 사건과 비교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본다면, 그것은 좀 더 작고 덜 심각한 문제로 보일 것입니다."

생각의 반대편에 있는 것들 

"미움은 우리를 해치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하지 않고, 다른 목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점을 깨닫고 마음속에서 미움이라는 적이 생겨날 기회를 절대로 주어선 안 된다고 스스로 결심해야 합니다."
"분노와 미움을 없애려고 할 경우, 반드시 인내심과 관대한 마음을 키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중략... 분노와 미움이 가져오는 파괴적인 영향은 돈으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 당신이 백만장자라 할지라도, 분노와 증오심의 파괴적인 영향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

"내가 강연을 하는 중요한 목적은 적어도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는 것이지 결코 내 지식을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릴 것입니다. 따라서 난 내가 아는 한도에서 설명을 할 것입니다. 내가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는 게 있더라도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난 그저 '그것은 이해하기가 어렵군요'라고 말합니다. 뭔가를 감추거나 아는 체할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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