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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AI 야간대학원 면접 후기

Baek Kyun Shin 2024. 1. 8. 00:02

2023년 하반기부터 고려대학교 SW·AI융합대학원 인공지능융합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고려대 SW·AI융합대학원은 특수대학원으로써 직장인을 위한 야간대학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대학원에 대한 후기는 많은데, 야간대학원에 관한 후기가 별로 없어서 자세히 적어보려고 합니다. 저도 지원할 당시 후기들을 찾아보려 했으나 몇 개 없더라고요. AI 야간대학원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이 많은 것 같습니다. AI 야간대학원은 어떤 곳인지, 입학을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면접은 어떤지를 참고해 준비하시는 데 도움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록했습니다.


고려대 SW·AI융합대학원에선 무얼 배우나요?

학과 소개

특수대학원(야간대학원)인 고려대학교 SW·AI융합대학원은 3개의 학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인공지능융합학과,  빅데이터융합학과,  소프트웨어보안학과

소프트웨어보안학과는 말 그대로 보안과 관련된 학과입니다. 인공지능융합학과와 빅데이터융합학과가 비슷해보일 순 있겠지만 서로 다른 학과입니다. 인공지능융합학과는 AI에 더 포커스를 둔 학과입니다. 머신러닝, 딥러닝, 정보이론, 음성인식, 텍스트 마이닝, 인공지능 기반 보안/의료/예술 응용 등을 다루죠. 반면 빅데이터융합학과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활용/응용하는지를 배우는 학과입니다. 학과 소개에 따르면 빅데이터 수집, 가공, 마이닝, 분석, 예측 등을 위한 핵심 영역의 과정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해요. 데이터마이닝, 확률/통계, 데이터베이스, 언어처리, 정보검색, 시각화, 기계학습 등을 배웁니다.

저는 빅데이터보단 AI에 관심이 많아서 인공지능융합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경쟁률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쟁률이 약 6대1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지원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I를 더 깊게 다지고 싶어서 지원을 했어요. 석사 타이틀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정말 공부가 하고 싶었습니다. AI 관련 책도 쓰고 실무 프로젝트도 해왔지만, 그와는 별개로 '학문'에 대한 갈망(?)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뭐 해외 유수 대학 석학들의 강의도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좋은 환경이어서 혼자서도 충분히 깊게 '학문'을 할 수 있겠지만, 제도화된 '교수-학생 간 강의'에 대한 열망이 있었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가급적 서울대학교나 KAIST에 가고 싶었지만, 서울대학교는 야간대학원 자체가 없었고 KAIST는 대전이라 어려웠죠. 홍릉에 있는 KAIST 야간대학원은 MBA라서 제가 원하는 학과가 없었습니다. 조지아텍 OMSA와 같은 미국 데이터 사이언스 온라인 석사도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지원자격이 토플 100점 이상이어서 그걸 준비하는 데도 몇 달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영어를 잘하지도 못해서 수업을 원활하게 따라가는 데 장벽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차선책으로 연세대나 고려대를 생각했죠. 둘 다 AI 야간대학원이 있었어요. 회사와 집 사이 동선을 생각했을 때 고려대가 좀 더 가까워 고려대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지원 프로세스가 어떻게 되나요?

모집 절차

고려대 홈페이지에 자세히 안내되어 있겠지만 간단히 말씀드리면, 모집 절차는 이렇습니다.

① 지원서 접수 & 전형료 납부 → ② 서류 평가 → ③ 구술 면접 → ④ 최종 합격자 발표

지원서를 접수할 때 여러 서류를 제출합니다.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재직(경력)증명서, 자격증 등을 내고 추가로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면 됩니다. 저는 이력서를 포함한 포트폴리오도 추가로 제출했습니다. 대학원에 따라 추가 서류를 내면 안 되는 곳도 있으니 다른 대학원에 지원하실 거면 잘 알아보고 제출하시면 됩니다. 제가 지원할 당시 고려대 SW·AI융합대학원에는 명시한 서류 이외의 서류를 제출하면 안 된다는 말이 없어서 추가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아울러, 전형료는 9만 5천원이었습니다.

지원 서류(연구계획서)

연구계획서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일 겁니다. 고려대에서는 연구계획서 양식이 있었어요. 연구계획서 양식에 있는 항목은 두 가지였습니다.

① 본인의 직업 또는 담당업무를 구체적으로 기재하세요.
② 연구계획을 기재하세요.

저는 한글 파일을 기준으로 ①번 항목은 1.5쪽, ②번 항목은 2쪽 정도 썼습니다. 분량은 제한이 없었어요. 원하는 만큼 쓰면 되었죠. 회사 업무 외에도 개인적으로 한 AI 관련 활동이나 프로젝트도 썼습니다. 지원자가 많으니 어차피 면접관이 개개인의 연구계획서를 자세히 읽진 못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되도록 핵심 위주로 적었습니다.

연구계획서에는 해보고 싶은 연구 3가지를 썼습니다. 한 가지만 자세히 적어도 무방합니다. 그런데 생각나는 연구가 여러 개라 저는 3가지를 적었어요. 평소에 논문을 종종 보기 때문에 논문의 흐름과 비슷하게 썼죠. 

일반적인 논문 흐름은 ① Introduction(서론)  ② Related Work(선행 연구)  ③ Method(모델 아키텍쳐 or 방법론) ④ Experiments(실험)  ⑤ Conclusion(결론) 순입니다. 완벽히 들어맞지 않더라도 대략 이런 흐름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소개했습니다. 해당 연구를 조사하거나 방법론을 고민해보진 않았을 테니 당연히 ② Related Work, ③ Method, ④ Experiments를 쓰긴 어렵겠죠. 우선 ② Related Work와 관련해서는 잠깐이라도 선행 연구가 있는지 찾아보면 쓸 말이 많아지겠죠? 만약 선행 연구가 없다면 가장 좋고, 있더라도 '이러한 선행 연구가 있지만 무엇 무엇을 통해 이러 이러한 모델(방법)을 설계(개발)해보고 싶다.'라고 적으면 될 것 같아요. 실제로 저도 그렇게 썼고요. 다음으로 ③ Method, ④ Experiments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쓰긴 어려우니 대략 '이런 식으로 해보겠다.' 정도면 충분해보입니다. 게다가 저는 ④ Experiments는 아예 적지 않았습니다. 방법론도 아직 모르는데 실험을 적긴 불가능하니까요.

이렇게 지원서를 제출하고 기다리면 구술 면접 안내가 옵니다. 서류 탈락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지원한 모든 사람에게 면접 기회를 주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면접은 어땠나요?

면접 당일이 되었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넥타이, 구두까지 풀 장착했습니다. 2015년에 저희 회사 면접을 본 이후로 면접은 처음인데, 별로 긴장이 되진 않았습니다. 경쟁률이 세다는 건 알았지만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면접 대기실로 들어가니 대학원생으로 보이는 2명이 참석 명단을 체크했습니다. 아주 편한 반팔 반바지 차림의 대학원생이었습니다. 진행 요원이라기 보다는 억지로 끌려온 느낌이라 표정도 태도도 심드렁해보였습니다. 실제로 억지로 차출됐을 테니 이해는 갑니다. 그 대학원생들의 잘못은 아니죠 ^^; 어찌 되었든 '학교에서 면접자를 대하는 마음이 이렇구나'라는 생각에 면접장의 첫 인상이 썩 좋진 않았어요.  

꽤나 많은 지원자가 넓은 강의장에 모여 있었습니다. 나이대도 20대 ~ 50대까지 다양했죠. 평균 연령은 30대 중후반쯤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대체로 정장을 입었지만 캐주얼하게 입은 지원자도 더러 있었습니다. 반드시 정장을 입을 필요는 없어보였습니다.

드디어 면접 시간이 됐습니다. 면접장은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인공지능융합학과 면접장이고, 다른 하나는 빅데이터융합학과 면접장인 것 같았습니다. 소프트웨어보안학과는 지원자가 많지 않으니 둘 중 하나에서 같이 보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저는 지원 번호가 앞쪽이라서 가장 처음 면접을 봤습니다. 교수 2명에 지원자 5명이 면접을 봅니다. 면접 시간은 15분 ~ 20분 정도고요. 우선 짧게 자기소개를 요청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5명 모두가 준비해온 자기소개를 마쳤죠. 자기소개는 형식상하는 거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자기소개와 지원서를 바탕으로 후속 질문을 했습니다. 후속질문으로는 대개 업무와 연관된 질문이었습니다. 자기소개와 후속질문까지 해서 모두에게 질문 2개씩을 한 상황입니다. 여기까지는 5명 모두가 손쉽게 잘 대답했죠.

이어서 확률통계, 선형대수학 질문을 했어요. 저는 면접 전에 서울대학교 류근관 교수의 통계학, 이상엽 선생님의 선형대수학 강의를 각 2번씩 듣고 와서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습니다(무료 온라인 강의인데 포스팅 말미에 링크 달아두었습니다). 안타깝게 5명 중 3명은 대답을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묻는 질문이어서 답하기가 쉽진 않았을 듯합니다. 대강의 의미는 알지라도 면접 자리에서 개념을 명확하게 말로 표현하긴 쉽지 않으니 말이죠. 다행히도 저는 명확한 개념들을 사전에 숙지하고 가서 수월히 답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람당 질문 4개를 마치고 면접은 끝났습니다. 면접 시작할 때도 그렇고 중간에도 그렇고, 면접관 교수님께서 시간이 충분하지 않으니 답을 짧게 할 걸 요구했습니다. 지원자가 너무 많으니 그런 것 같아요.

체감상 첫 번째, 두 번째 질문은 당락에 크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고, 세 번째, 네 번째 질문이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전공지식(확률통계, 선형대수학)에 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한 3명은 떨어지고, 저를 포함해 잘 답한 2명은 합격했기 때문이죠. 전공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와 서류를 종합해 평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면접만으로 평가하기엔 시간이 너무 짧기도 하니까요. 그저 제 추측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제게 물어본 확률통계, 선형대수학 면접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면접관 질문 : 사건 A와 B가 독립일 조건은 무엇인가요? 
제 답변 : P(A ∩ B) = P(A) P(B)이면 A와 B가 독립입니다.

면접관 질문 : Rank가 무엇인가요?
제 답변 : 열공간은 어떤 행렬의 열벡터들로 생성된 공간이고, 행공간은 행벡터들로 생성된 공간입니다. 열계수는 열공간의 차원이고, 행계수는 행공간의 차원입니다. 계수정리에 의해 열계수와 행계수는 같습니다. 즉, col-rank와 row-rank는 같습니다. 이 값, 다시 말해 해당 행렬의 행공간과 열공간의 공통 차원을 계수, Rank라고 합니다.

둘 다 사전에 통계학, 선형대수학을 복습하며 익힌 내용이라 운이 좋았죠. 미리 공부 안 해 갔으면 답을 제대로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학부 때 배운 내용일지라도 오랜 시간 지났으니 다 까먹죠. 반드시 전공 유관 이론/개념들을 공부하고 면접보시기 바랍니다. 위 질문 외에도 다른 면접자에게 한 질문들도 몇 개 기억나는데, 면접 문제 유출(?)의 우려가 있어서 공개적으로 적진 않겠습니다.

면접 후 한 달 정도 지나고 최종 합격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업시간과 학비는?

수업시간

직장인을 위한 대학원이라 첫 수업은 6시 45분부터 시작합니다. 1교시는 6시 45분 ~ 8시 15분, 2교시는 8시 20분 ~ 9시 50분입니다. 1교시와 2교시 수업의 건물이 다르면 1교시가 끝나고 바로 다음 강의장으로 가야 합니다. 화장실만 잠깐 다녀올 수 있을 정도로 쉬는 시간이 타이트합니다. 그래도 이게 더 낫더군요. 쉬는 시간을 짧게 하더라도 빨리 끝나는 게 나으니까요. 

학비 

총 5학기 과정이고 학비는 한 학기에 700만원 정도 됩니다. 입학등록금은 100만원 좀 넘는 금액입니다. 다 합쳐서 3,600만원 정도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첫 학기를 마친 후기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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