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서재
[프란츠 카프카] 변신 본문
카프카 사진을 보자마자 떠오른 생각. '잘생겼다.'
카프카의 작품은 어렵기로 소문났다. 그래서 읽는 사람마다 해석이 다르다. 그나마 <변신>은 난해한 카프카 작품 가운데 쉬운 소설이다. 내용이 짧아서 두 번 읽었다.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 유명한 카프카 <변신>의 첫 문장이다. 국내 여러 책에서 '갑충'으로 번역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퀴벌레나 딱정벌레 같은 모습을 상상한다. 실제로 <변신>에 넣은 삽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하지만 프란츠 카프카는 특정한 벌레나 갑충을 의도하지 않았다. '벌레'라고만 써서 읽는 사람의 상상력 대로 생각하길 바랐다. 나도 일단은 바퀴벌레 같은 갑충으로 상상하고 책을 읽었다.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인 그레고르 잠자는 유능한 출장 영업사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벌레로 변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여느 때처럼 출근을 해야 하는데 벌레로 변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수많은 다리는 그레고르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였다. 몸은 불편하고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했다. 방을 나가기는커녕 침대에서도 못 일어난다.
아버지와 어머니, 여동생은 그레고르가 출근 시간이 되어도 방을 나오지 않자 무슨 일이 있는지 계속 물어본다.
"그레고르야. 그레고르야! 무슨 일 있니?"
출근 시간이 지나자 심지어 회사 지배인까지 집으로 찾아온다. 그레고르는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들킬까 겁이 나 아무도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그레고르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그의 목소리에선 곤충처럼 찍찍 소리만 날 뿐이다. 아무도 그레고르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기어코 그레고르는 몸을 일으켜 겨우 방문을 열었다. 흉측한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보자 지배인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놀랐고, 어머니는 놀라 기절했다. 아버지는 두 주먹을 쥐며 꺼이꺼이 울었다. 결국 그레고르는 방을 나서지 못하고 방 안에 갇힌 꼴이 됐다.
그레고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이었다. 불안했다. 그나마 여동생이 그레고르에게 음식을 챙겨준다. 사실 여동생도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편히 마주하진 못한다. 시간이 지나도 가족은 그레고르의 모습에 적응이 안 된다. 어느 날 하숙생들 앞에서 여동생이 연주회를 했다. 그때 그레고르는 하숙생 앞에 나타났다. 하숙생들은 모두 크게 놀라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화를 낸다. 그레고르는 가족의 돈벌이인 하숙에도 지장을 준다.
매번 가족을 놀라게 하고 생계에 도움도 안 되는 그레고르를 향해 아버지는 급기야 사과를 던져버린다. 사과가 그레고르 등에 꽂혀 깊은 상처를 냈다. 이제 그레고르는 온 가족에게 버림받았다. 처음엔 걱정하던 여동생마저 등을 돌렸다. 여동생은 부모님을 향해 오빠를 불쌍하게 여기면 안 된다고 말한다. '더 이상 예전의 오빠가 아니다. 우리에게 해를 주는 사람이다.' 하며 부모에게 소리친다. 등에 꽂힌 사과가 썩어 염증을 일으켜 그레고르는 죽고 말았다.
드디어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은 홀가분해진다. 이사를 하며 행복한 앞날을 그릴 정도로. 부모님은 여동생이 한결 성숙해졌다고 여겨 곧 결혼하도록 만들리라 생각한다. 날은 맑았고, 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은 행복했다.
그레고르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아들이었다. 유능한 출장 영업사원으로 사회적, 경제적 지위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벌레로 변해버렸다. 쉽게 말해 돈 벌 능력을 잃었다는 뜻이다. 사고를 당해 온 몸이 마비가 된 사람을 떠올려도 되겠다. 갑자기 장애인이 된 상황을 떠올려도 되겠다.
가족에겐 그레고르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 오리라는 희망이 있었다. 그래서 여동생은 그레고르에게 꼬박꼬박 음식을 가져다줬다. 어머니도 그레고르의 입장을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변함이 없었다. 계속 벌레로 남아 있었다. 다시 영업사원으로 돌아가 돈을 벌어올 가능성이 없었다. 음식만 축내고 가족들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하숙생을 놀라게 해 가족의 돈벌이도 끊기게 만들었다. 끝까지 그레고르를 지키던 여동생이 가장 먼저 그레고르에게 등을 돌렸다. 가족에게 돈을 벌어다 주던 유능한 사람에서 가족의 돈을 앗아가는 무능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결국 가족은 그레고르를 저버렸다. 그레고르가 죽자 슬프긴커녕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행복한 앞날을 꿈꾸며 바깥공기를 마신다.
무서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을 읽고 그레고르의 가족을 비판할 정도로 떳떳한 사람은 몇 안 될 것이다. <변신>은 '자본'과 '사랑'이라는 불편한 관계를 보여준다.
어느 날 아침,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온몸이 제 기능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자신의 가족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할까? 반대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가족이 사람 구실을 못한다면? 본인은 가족을 예전처럼 똑같이 사랑할까?
누구를 비판할 수도, 누구도 떳떳할 수 없는 질문. 카프카의 <변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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