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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유

[조던 피터슨] 12가지 인생의 법칙

Baek Kyun Shin 2019. 8. 6. 23:09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은 사뭇 철학적이다. 심리학자라기보다 철학자에 가깝다. 피터슨은 이 책에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열거하지 않았다. 온전히 그의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피터슨이 말하는 12가지 인생 법칙을 아래와 같다.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는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이 책을 읽으며 의미와 무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인생은 의미있다.', '인생은 무의미하다.' 서로 상반된 이 두 명제는 여전히 정답이 없다. 조던 피터슨,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쓴 빅터 프랭클은 인생의 '의미'를 찾을 것을 강조했다. 둘의 공통점은 나치의 강제수용소다. 이 책의 저자인 조던 피터슨은 강제수용소에 관심이 많아 관련된 서적도 많이 읽었다. 빅터 프랭클은 강제수용소 생활을 실제로 했었다. 강제수용소 수감자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 그래서 평범한 삶의 '의미'에 대해 의미있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비단 조던 피터슨, 빅터 프랭클 뿐만 아니라 인생의 의미를 주장한 사람들은 많다. 그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인생에 열과 성을 다해 산다는 것이다. 한번뿐인 인생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름을 남기고,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노래한다. 반면, 헨리 데이빗 소로우, 장자, 노자, 칼세이건은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했다. 열을 내며 무언가를 하기 위해 아둥바둥 살 필요가 없다고 했다. '무의미의 의미'를 깨닫고 나 자신으로 살 것을 강조했다. 고통과 불안은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기에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욕심을 버리고, 겸손해질 것을 주장했다.

서로 상반된 삶에 대한 태도다. 정답은 없을 것이다. 전자가 좋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택하고 따르면 되는 것이고, 후자가 좋다고 생각하면 또한 그것을 택하고 따르면 되는 것이다. 다만, 저자 조던 피터슨은 삶의 의미를 조금 다른 각도로 해석했다.

혼돈과 질서라는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을 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중략... 어느 날 갑자기 삶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때, 혹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무엇인가에 몰입할 때, 그 순간 바로 혼돈과 질서의 경계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혼돈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맞딱들이는 상황을 뜻한다. 새로운 것을 맞딱들이기에 신선하지만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성취와 발전도 있다. 질서는 안정된 상황을 뜻한다. 익숙한 것을 접하기에 평화롭지만 단조롭다. 그런 과정에서 안정과 평화가 깃든다. 혼돈 속에서만 있으면 불안해진다. 질서 속에서만 있으면 지루해진다. 그렇기때문에 혼돈과 질서의 경계선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발은 혼돈에 나머지 한 발은 질서에 두는 것이 인생을 가장 의미있게 사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비교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어떤 게임은 잘하고 있고, 어떤 게임은 그럭저럭 중간 수준이며, 나머지 게임은 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 정상이다. ...중략... 모든 게임에서 승리한다는 말은 새로운 분야, 까다로운 분야에는 도전하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승리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성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남들보다 잘하는 것이 분명 있다. 남들 수준으로 보통인 것도 있다. 남들 보다 못하는 것도 있다. 지극히 정상아닌가. 하지만 나를 다른 사람과 비교할 때 대부분은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한다. 그것도 굉장한 수준으로 잘하는 사람들과 비교한다. 이런 비교라면 전세계 누구나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 누구나 남들보다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이 있을진데 자기가 못하는 것 위주로 비교를 한다. 자극을 위한 적당한 비교는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비교는 남과 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 자신과만 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챕터도 인상깊게 봤다. 어르신들이 도덕을 운운하는 것과는 다르게 진실되게 느껴졌다.

정직하게 말하고 행동해도 지상에 낙원을 세우려는 시도는 번번이 실패할 것이다. 하지만 정직함은 삶과 관련된 고통을 견딜 만한 수준으로 낮출 수 잇다. 우리의 삶은 기본적으로 비극이다. 인간의 한계와 나약함 때문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 비극은 우리가 존재하는 한 치러야 하는 대가일지도 모른다.

이 구절에는 두 가지 중요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하나는 인생은 비극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비극적인 인생을 견딜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은 비극이다'라는 게 염세주의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는 살면서 좋지 않은 일들을 많이 겪는다. 사실에 입각한 말일 수도 있다. 고대 문학을 봐도 그렇다. 그리스 비극은 인생의 모든 것을 나타낸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는 여전히 회자되는 고대 비극 작가다. 니체는 [비극의 탄생]에서 비극을 통해 인생의 비극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비극은 인생 저변에 깔려있다. 이를 예술 작품화 하여 비극의 아픔을 공유하고 예방하는 것이 비극 작품의 목적이 아닐까.

논점이 다소 벗어났지만 이런 비극의 해독제로 정직을 들었다. 정직하기 곤란한 상황에서도 정직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의례상 말을 하기도 하고, 나의 무지함을 감추려고도 한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먹이며 스스로 생각하는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이 시대에서 도의상, 의례상 하는 말까지 모두 솔직하게 하기는 힘들 것 같다. 다만, 나의 무지함과 책임을 감추고 피하려고 정직하지 못한 말을 하는 것은 없어야겠다. 어떻게 하면 정직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을까.

당신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잘못된 말을 할 때마다 내적인 갈등과 나약함을 느끼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저자의 딸인 미카일라는 어려서부터 심한 류머티즘을 앓았다. 상태는 점점 심해졌고, 극심한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했다. 말기 암 환자에게 처방하는 진통제를 먹어도 호전이 되지 않았다. 매일을 극심한 고통을 보내는 딸을 둔 가정을 상상해보자. 저자는 유명한 심리학자다. 제 아무리 심리학자라도 자신의 딸이 그런 상황이라면 어떤 마음이 들까. 마음을 진정할 수 있을까. 자신의 마음조차 불안할진데 다른 심리적 문제를 가진 환자를 잘 돌보고 상담할 수 있을까. 대부분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상황에 완전히 휘말리지는 않았다. 자신의 걱정으로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걱정은 정해진 시간에만 했고, 그 이외의 시간에는 일에 집중하려고 애썼다. 물론 쉽지는 않았지만 부단히 노력했다. 결국 미카일라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고 결혼까지 했다.

아래 구절로 책은 마무리된다. 

올해 미카일라는 결혼하고 딸을 낳았다. 그 딸에게 돌아가신 외할머니 이름을 따서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모든 것이 좋다.
지금만큼은.

내가 위 구절을 읽었을 때는 출근을 하는 때였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하루의 시작을 기분 좋게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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