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서재

[정두희] 넥스트 빌리언 달러 본문

책과 사유

[정두희] 넥스트 빌리언 달러

Baek Kyun Shin 2022. 6. 1. 23:39

때때로 <MIT테크놀로지 코리아>를 본다. 최신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잡지다. 한 달만 지나도 놀라운 기술이 개발되고, 기술을 접목한 신기한 사례가 나타난다. 어떤 기술이나 사례가 있는지 궁금해서 가끔 <MIT테크놀로지 코리아>를 본다. 이 책을 읽은 까닭은 저자 정두희 교수가 <MIT테크놀로지 코리아> 편집장이기 때문이다. <넥스트 빌리언 달러>에 <MIT테크놀로지 코리아>의 여러 기사를 잘 정리해 놓았으리라 생각해서다.

예상대로 다양한 기사에 실은 글을 종합해 놓았다. 보편적인 내용도 많다. 그렇지만 수치와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니 임팩트가 있다. AI 기술을 기업에 접목해 변혁을 하려는 경영진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왜 AI 적용 기업의 90%는 수익 창출에 실패하는가

AI 프로젝트를 추진한 기업 가운데 11%만이 수익을 창출했다. 6개월~2년에 걸친 AI 프로젝트를 추진해 고도화된 기능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가치 창출은 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AI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인데, 기업은 3차 산업혁명 방법으로 이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면 일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많은 AI 도입 기업이 오래전 방식을 고수하며 신기술을 다룬다. AI가 가진 잠재성을 10%도 발휘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자기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려 하는 게 우리 모두가 가진 습성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 이 기술에 최적화된 새로운 방법을 고찰한 후 일제히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존 방식을 유지한 상태에서 일부만 적용한다. 이렇게 해서는 신기술이 가진 장점을 현실에서 발현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불필요한 낭비와 갈등을 만든다.

수준 높은 AI 기능을 적용하더라도 소비자 기호에 맞지 않으면 시장의 반응이 냉담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로 뚜렷한 판매 실적을 거두거나, 비약적인 수익 향상을 이룬 기업은 아직 찾기 어렵다. AI 기술의 잠재성이 아직 3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7가지 변화

우리에게 다가오는 7가지 변화는 이렇다.

1. 기술 발전 가속화

기술은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다 아는 사실이라 더 설명할 필요 없다.

다음 그림은 AI 연산처리 속도의 변화를 보여준다. 2010년 이전보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의 변화량이 더 가파르다. 앞으로는 더 가파르게 될 것이다.

AI 연산처리 속도의 변화 (출처: ARK Investment Management LLC, Stanford DAWN Deep Learning Benchmark, 2020)

2. 폭발적인 데이터 증가

두 번째는 데이터의 양이 급속도로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1분 동안 생성되는 데이터를 보여준다. 2020년 자료다. 지금은 더 많을 것이다.

출처 http://www.banronbodo.com/news/articleView.html?idxno=10153

3. AI 학습 비용 감소

셋째는 비용이다. 딥러닝과 같은 고도의 AI 모델은 우수한 성능을 제공하지만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딥러닝 훈련을 위해서는 고사양 하드웨어가 필요하고, 방대한 데이터 학습을 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데이터를 준비해 모델링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최근 GPU, TPU 등 하드웨어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효율적인 데이터 처리 방식이 등장하면서 학습비용은 연 1/10로 감소하고 있다.

4. 타 분야 기술 간 결합

AI는 다른 기술과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가령, 메타버스와 AI를 결합할 수 있다. AI는 메타버스 안의 아바타를 사용자 실제 모습과 비슷하게 만들 수도 있고, 자연어처리 기반의 소통 모델을 적용해 사용자와 대화를 나누도록 설계할 수도 있다. 또한 가상현실 속에서 사용자를 인지하여 맞춤화된 광고를 보여줄 수도 있다. 

5. AI 적용 범위 확장

AI의 잠재성이 크다 보니 여러 산업에서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금융, 유통, 제조업, 생명과학 등. 

6. 기술의 범용화

1990년초 인터넷 붐이 일어날 때, 많은 기업이 웹서비스와 전자상거래를 도입했다.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지금은 인터넷 자체가 차별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AI도 마찬가지다. 잠재성이 큰 만큼 많은 기업이 AI 기술을 도입할 것이고, 시간이 지나면 인터넷처럼 범용기술이 될 것이다. 즉, AI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차별화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AI의 성능과 가성비는 더욱 좋아질 것이고 기술 융합을 통해 더 넓은 산업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범용화되면서 AI 도입 자체의 이점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AI를 효과적으로 도입해 임팩트를 많이 창출하는지에 따라 경쟁력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7. 경쟁력 격차 심화

AI를 통해 가치를 잘 창출하는 AI 성숙 기업과 그렇지 못한 미성숙 기업의 수익 창출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AI 미성숙 기업과 성숙 기업의 영업이익 창출효과 (출처: McKinsey, Tipping the scales in AI, How leaders capture exponential returns, 2021)

이러한 7가지 변화를 요약하면 AI의 기술적 성능과 가성비는 더욱 향상될 것이고 기술 융합을 통해 보다 넓은 산업 영역에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이 범용화됨에 따라 AI 도입 자체의 이점은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앞으로는 얼마나 AI를 효과적으로 도입해 임팩트를 많이 창출하는지에 따라 경쟁력 차이가 벌어질 것이다. 점점 더 발전하는 AI 기술을 유연하게 자사 비즈니스에 흡수하고, 뚜렷한 임팩트를 창출할 전략을 갖는 게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왜 10억 달러짜리 기술로 100달러짜리 문제를 푸는가?

첨단기술을 적용했다고 소비자가 환영하지 않는다. 뛰어난 기술 성능은 연구실에서야 호평을 받지만 시장에서 소비자가 평가하는 관점은 다른 경우가 많다. AI 냉장고가 나왔는데 사람들은 왜 냉장고에 AI가 필요한지 모른다. 냉장고에서 챗봇을 사용하는 일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AI 기능이 제품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답답함을 겪기도 한다. 오히려 생소한 기술 때문에 어렵고 복잡하다고 느껴 꺼리는 소비자도 많다. 우수한 AI 기술을 만들어냈지만 기술을 적용할 영역을 잘못 짚은 탓이다. 기업과 고객의 가려움을 절묘하게 긁어주기 위해 AI를 사용해야 하는데, 가렵지도 않은 곳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게 지금 많은 프로젝트가 하는 실수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는 기업들이 AI와 같은 기하급수적 기술을 이용해 혁신하는 영역과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의 양상을 분석했다. 기업은 핵심(core) 영역을 혁신하는 데 70%가량의 자원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인접(adjacent) 영역에는 20%, 전혀 새로운 변혁적(transformational) 영역에는 10%를 투입한다. 그러나 기하급수적 기술을 통해 각각의 영역에서 5년 후 창출되는 가치의 규모를 보면 변혁적 영역에서 70%, 인접 영역에서 20%, 핵심 영역에서 10% 정도 된다. 핵심 영역은 기존 패러다임의 핵심에 해당되며 현금 흐름이 가장 많이 창출되는 영역이고, 변혁적 영역은 평소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자 현재 회사에 큰 수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먼 영역이다.

AI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기술을 이용해 기존 핵심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임팩트는 멀리 있는 변혁적 영역에서 나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시야를 현재 문제에만 두지 말고 새롭고 먼 영역으로 넓혀야 한다.

테크놀로지 푸시와 전치적 시도

AI 혁신은 테크놀로지 푸시 성향을 갖는다. 일반적인 제품 개발에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확인해 이를 충족하는 솔루션을 개발하는 마켓 풀 방식을 채택한다. 그러나 AI의 경우 마켓 풀이 잘 호환되지 않는다. AI가 적용된 새로운 제품 개발을 위해 소비자에게 필요한 니즈를 물어봐도 소비자는 AI를 잘 모르다 보니 이 기술을 통해 뭘 얻고 싶은지 본인조차 모른다. AI 시대에 필요한 혁신 제품에 대해 소비자는 별다른 힌트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AI 혁신은 테크놀로지 푸시 형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상당수 경영자는 AI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보다는 원래 하던 방식을 AI로 바꿔 적용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 그 결과 잠재성이 큰 기술을 이용하는데도 평범한 결과만 만들어낸다. 우리는 모두 기능적 고착화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 기능적 고착화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다행히 우리가 참고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예술 분야에 있다.

블라디미르 쿠쉬의 '아프리칸 소나타'

데페이즈망이라는 기법으로, 우리 말로는 '전치'라는 말이다. 초현실주의자가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일상적인 대상에 이질적인 요소를 결합해 낯선 모습을 연출하는 창작 기법이다. 이런 전치적 시도를 해보는 것이 바로 AI 임팩트를 창출하기 위한 창조적 융합 방법이다. AI 혁신은 창조적 응용을 통해 제품의 개념을 파괴하는 것이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