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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Baek Kyun Shin 2022. 5. 7. 20:39

<월든>은 지금까지 세 번 읽었다. 내게 꽤 큰 영향을 준 책이다. 정신없이 살았고, 그걸 즐기는 이상한(?) 성향을 가진 나를 잠깐 멈춰 세웠다. 멈춰 세운 책은 많지만 <월든>은 더 적극적으로 나를 저지했다. 그렇다고 <월든>이 내 인생 책인 건 아니다. 그렇지만 소로가 부를 누릴 충분한 능력을 가졌는데도 그 능력을 쿨하게 버렸다는 점이 내게 영향을 많이 줬나 보다(다른 얘기지만, 그런 점에서는 비트겐슈타인도 대단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1817년 미국 콩고드에서 태어난 시인이자 초월주의 철학자다. 법정 스님과 마하트마 간디에게 크게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소로는 하버드 대학교를 졸업했지만 세속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살기를 원했다. 그 결과 28살 때 미국 매사추세츠주 콩코드에 있는 월든 호숫가에서 2년 2개월을 자급자족하며 지냈다. 월든 호숫가 숲 속에 직접 오두막 집을 지어 살았다. 그때 경험을 기록한 책이 <월든>이다.

소로는 월든 호수에서 살면서 직접 오두막 집을 지었으며, 농사를 짓고 낚시를 해 먹을 것을 구했다. 농사와 낚시하는 시간을 빼면 대부분의 시간을 유유자적했다. 곤충, 동물, 나무, 풀, 하늘, 호수와 교감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른 사람들이 비싼 집, 귀한 음식, 좋은 옷을 얻으려고 대부분의 시간을 '힘들게' 보내는 동안 소로는 '편하게' 자연을 벗삼아 지냈다.

월든 근처에 복원된 소로 오두막과 그 부근에 세워진 산책하는 소로 동상

소로는 왜 숲으로 들어갔을까? 소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싶어 숲으로 들어갔다. 필수 요건만 충족한 채 살아도 삶이 가르쳐 주는 걸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또한 죽음을 맞이할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었다. 삶이란 소중하기에, 삶이 아니라면 살고 싶지 않았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으면 체념한 채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다. 깊게 삶의 정수를 빨아들이고 싶었다. 삶이 아닌 것은 모두 파괴해 버리고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가길 바랐다.

책 초반에는 삶에 관한 생각을 썼고, 중후반에는 자연과 어울려 살며 겪은 일을 묘사했다. 소로는 생각도 깊은데 글도 참 잘 쓴다. 영어 원문은 무엇일까 궁금한 글이 더러 있다. 내 짧은 영어 실력 때문에 실제로 원서를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

소로는 일을 줄이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간소하게 살기를 권한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한다. 사람들은 제 때의 한 바늘이 나중의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중요한 일 하나 하지 않는다. 단지 무도병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 없을 뿐이다.

소로의 생각과 행보를 보니 프랑스 시인인 아르튀르 랭보가 떠오른다. 반항기도 있는 게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소로와 랭보가 만났다면 서로 무슨 얘기를 했을까? 제법 재밌겠다.

월든 호수

한편, 소로는 세속을 떠나 자연에서 살았지만 모두가 자신처럼 살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각자 가치관은 다르니까. 다만 어떤 생활방식이든 의도적이고 주체적으로 살아가길 바랐다. 

나는 결코 누구도 내 생활방식을 받아들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은 제각기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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