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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엮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Baek Kyun Shin 2019. 4. 1. 23:32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나의 군 시절 야근 뒤 꿀잠을 자게 해준 매개체였다. 밤새 야근하고 8시에 내무반으로 들어와 침대 위 라이트 등을 켠 상태로 10~15분 정도 시집을 읽고 잠들곤 했다. 3개월 전 그와 비슷한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을 또 발견해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생각날 때마다 천천히 읽었고, 그 중 내 심장을 때린 시를 그대로 옮기고자 한다. 소설이나 수필에 대한 해제는 하더라도 시 자체에 대한 해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예를 들어 잠자다가 죽을까봐 잠들지 못하는 노인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와

따로 연애하는 남편

성적이 떨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자식과

생활비가 걱정되는 아버지

사업에 문제가 있는 남자와

사랑에 운이 없는 여자

육체적인 고통에 시달리는사람과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사람...

만일 그들 모두가 하나의 물결처럼

자신들의 집을 나온다면,

달빛이 그들의 발길을 비추고

그래서 그들이 공원에 모여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그렇게 되면

인류는 더 살기 힘들어질까.

세상은 더 아름다운 곳이 될까.

사람들은 더 멋진 삶을 살게 될까.

아니면 더 외로워질까.

난 당신에게 묻고 싶다.

만일 그들 모두가 공원으로 와서

각자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면

태양이 다른 날보다 더 찬란해 보일까.

또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그러면 그들이 서로를 껴안을까.

- 로렌스 티르노



해답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 거투르드 스타인



너무 늦기 전에

그 남자는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 것이다.

그러기 전까지는 그는 형편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그가 편협한 생각을 갖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는 남에게 친절 따위를 베풀 시간이 없다. 

그 여자는 뚱뚱하다.

그래서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

자신이 왜 이런 불행을 타고 났는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

효과적인 다이어트 법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세상은 그녀에게 재미없는 곳이다. 

또 다른 남자가 있다. 그는 인정받고 싶고,

명성을 얻고 싶다.

따라서 지금은 한가로이 웃고 지낼 시간이 없다.

그 모든 것을 손에 넣었을 때

그는 자신만의 아름다운 섬에서 살 것이다. 

또 다른 여자가 있다. 그녀는 못생겼다.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이 애정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안다.

때가 되면 그녀는 턱뼈를 깎고 코 수술을 할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그녀 혼자 있게 내버려 두라. 

그리고 또 다른 여자는 집안일 때문에 시간이 없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그때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살 것이다.

그때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집안일에 매달리 수밖에 없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뒤로 미루면서. 

이들 모두가 어떤 계기를 만났다면

틀림없이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고

모든 사람을 사랑했을 것이다.

더불어 그들의 영혼도 성장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오래 기다렸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 죽었으니까.

- 덕 시니어 

하나의 시는 인생에서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그리고 나머지 두 시는 인생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나는 공학도이기 때문에 수학과 과학을 사랑하고 그 의의도 높게 산다. 하지만 시와 철학을 더 좋아한다. 위 시들이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2017.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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