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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김구] 백범 일지 본문

책과 사유

[백범 김구] 백범 일지

Baek Kyun Shin 2019. 4. 1. 23:41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의 아버지로서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느 위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업적까지는 몰랐다. 그리하여 의무감과 궁금함을 좇아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읽어야겠다 생각하며 책을 지니고 있던 것은 2014년부터였는데 3년이 지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나라에 대한 걱정과 독립에 대한 열망은 차치하고, 대범한 기개와 육체적 고통에 대한 인내에 입이 벌어졌다.

그는(본명 김창수)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과거에 응시했으나 낙제했다. 과거를 포기하고 관상학을 공부했으나 본인의 관상에 대해 실망(?)하고 관상학도 포기했다. 뒤 이어 동학 운동에도 가담했지만 신변에 위험이 있어 동학을 그만하라는 주위의 강권에 이 역시 포기했다. 이렇게 그는 포기와 실패의 젊은 나날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왜놈 한 명을 손으로 때려죽였다. 그리고는 대자보에 '나 김창수가 죽였다'라고 당당히 밝힌다. 투옥이 된 후 몇 차례 신문이 있을 때마다 오히려 판관에게 고함을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신문이 있을 때마다 교도소 주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고함을 지르고 난동을 부리는 대범한 김창수를 보기 위해서.

백범은 그 이후에도 독립운동을 모색하느라 몇 번이고 투옥된다. 하지만 아무리 고문을 당하고 매질을 당해도 대범한 기질은 꺾이질 않았다.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도 그의 기절에는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더 강해졌다. 그의 대범한 기개와 육체적 고통에 대한 인내에 입이 벌어졌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면 이전에 수 없이 겪었던 참지 못할 고통을 겪게 될 것을 예상한 상태에서, 그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이 단지 나라에 대한 사랑만으로 가능할까. 솔직히 신기했고, 놀라웠다. 나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낄 겨를도 없을 정도로 놀라웠다.

"제 나이가 31세입니다. 앞으로 다시 31년을 더 산다 해도 과거 반생에서 맛 본 방랑생활에 비한다면 늙은 생활에 무슨 취미가 있겠습니까? 인생의 목적이 쾌락이라면 31년 동안 인생의 쾌락은 대강 맛보았습니다. 그런 까닭에 이제는 영원한 쾌락을 얻기 위하여 우리 독립 사업에 헌신하고자 상해에 왔습니다." 라며 김구를 찾아온 '일본 영감' 이봉창 의사
"제 시계는 어제 선서식 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6원을 주고 구입한 것인데, 선생님 시계는 불과 2원짜리입니다. 저는 이제 1시간밖에 더 소용없습니다." 라며 김구와 시계를 바꿔찬 '청년 노동자' 윤봉길 의사

위 두 의사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30세 남짓한 나이에 의거를 결심하고 순직하셨다. 이와 대조되게, 30세 남짓한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이 본인의 암담한 현실에 좌절하여 자살하는 것이 새삼 생각났다. 모든 슬픔과 절망은 절대가 아니라 상대에 비롯된다는 것이 암시되는 대목이다. 떳떳한 내 나라가 있다는 것, 길거리에 일본 순찰이 아닌 우리나라 경찰이 있다는 것, 하고 싶은 말을 그래도 당당히 말할 수 있다는 것, 내가 언제 어떻게 총이나 칼에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없다는 것. 이만해도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 것 아닌가. 많은 사람들이 헬조선이라 울부짖지만 나의 앞날에 대해서만 걱정할 수 있는 것도 어쩌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80년 전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토록 바라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난 나의 앞날과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만 걱정하고 있다. 그러니 나는 어쩌면 행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2017.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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