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서재
[박준석] 세상을 만드는 글자, 코딩 본문
요즘 언론에서도 코딩 붐이라고 떠들어댄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국영수코'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의무교육으로 지정되고 있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각광받고 있는 현 사회적 상황 하에 나온 코딩 교양서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코딩을 좋아했고, 현재도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나로써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일반인을 위한 코딩 교양서 치고는 생각보다 내용도 깊고 잘 쓰였다. 필자가 코딩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이해가 쉬웠다. 독자를 고려해서 쉽게 쓰려고 배려한 티가 나서 좋았다.
필자의 주장처럼 현대 사회에서 '키보드질'은 망치질이나 삽질을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업 사회에서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 '삽질'을 했고, 산업 사회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망치질'을 했다. 제 4의 물결 속에선 무언가를 생산하기 위해 '키보드질'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딩을 하나의 기술 정도로만 생각하고 재미있어 하던 나에게는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재미있어 하던 코딩이 앞으로 사회를 이끌어갈 '망치질'이자 '삽질'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코딩은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코딩과 프로그래밍은 다른 뜻이지만 여기서는 프로그래밍과 동일한 의미로 쓰겠다.) 제조업에서 설계는 R&D파트에서 하고, 제조는 생산파트에서 하며, 제품 검사는 품질 파트에서 한다. 즉 한 사람이 제품의 설계부터 생산까지 다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딩은 무엇을 만들지부터 아키텍쳐 구상, 구현, 테스트까지 한 사람이 직접 할 수 있다. 그것도 컴퓨터 한대만 있으면 자기 방에서도 가능하다. 자신의 생각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학문인 것이다.
다만, 수학이 수포자를 야기했듯이 코딩이 많은 코포자를 야기할까 걱정이다. 진정한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 같다. 논리의 재미, 구현의 재미를 느끼며 배워야 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보아하니 선생님부터 구현의 재미를 모르는데 과연 가능할까 싶다. 코딩은 절대 주입식 교육이 아닌데, 주입식에만 익숙한 공교육에서 코딩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의 코딩 붐이 거품으로 끝날지 지속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컴퓨터적 언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임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 흐름 때문에 코딩을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좋은 현상이기는 하지만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앞으로 실력은 별 볼일 없어도 '키보드질'이 지금처럼만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2018.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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