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서재
[올리버 색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본문
이 책은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신경정신질환 환자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어렸을 때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와 유사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동행]이 외상 환자에 대한 내용이라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신경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항상 웃고 다니고 행복해 보이는 정신질환 환자가 일반인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그 정신질환 환자는 자기만의 세상에 살고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보든 스스로는 아주 평화롭고 행복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이 숲 속 토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팍팍한 세상이 구름처럼 안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상태라면 그 사람을 치유하는 게 좋을까. 그대로 세상에서 살아가게 하는 게 좋을까.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좋을까. 당사자와 주변인의 상황을 절충한다면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 치유는 그 사람으로 하여금 행복의 커튼을 벗기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대로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주변인의 불편을 야기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행복한 상태는 유지하되 주변인과 고립시키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최선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신의학자는 그 환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당연히 치유하는 쪽을 선택한다. 과연 그 환자의 행복의 커튼을 벗기고 한번도 보지 못한 냉정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인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서 나온 것처럼 소수에 능한 쌍둥이를 사회화해서 천재성과 행복을 잃게 하는 게 올바른 치유책이었을까. 올리버 색스는 '병'에 초점을 두지 않고 '인간'에게 초점을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에 능한 쌍둥이를 사회화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한다.
다른 의학도 마찬가지겠지만 신경정신의학은 난제가 많은 분야인 것 같다. 병의 원인을 밝히기도 힘들고 원인을 밝혔다 하더라도 치유법을 강구하기는 더 힘들기 때문이다. 올리버 색스의 경우에도 질병을 완치한 것보다 그렇지 못한 사례가 더 많았고 (어쩌면 그런 사례들만 책에 실었을 수도 있지만) 몇 년간 지켜보며 심해지지 않는 선에서 만족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게 난제가 많은 의학과 환자에 대해 책을 쓴 것은 의사로서의 면모를 강조하기 보다 한 개인으로서 개인을 바라보는 태도와 자세에 대해 말하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묘미는 수 많은 특이한 환자 사례의 나열에 있지 않다. 올리버 색스의 따뜻한 시선에 있다. 그는 '병'을 보지 않고, '환자의 마음과 눈'을 바라봤다. 섬세했고, 연민의 정이 있었다. 우리들이 바라는 의사는 이런 의사이다.
201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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