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서재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본문

책과 사유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오래된 미래

Baek Kyun Shin 2019. 4. 5. 20:15

집에만 가면 읽고 있던 책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책을 읽곤 한다. [오래된 미래]도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오래된 미래]는 문명으로부터 고립된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난 기술의 편의성을 긍정하면서도 전통과 자연을 동경하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책은 항상 좋아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웃고 다니고 여유도 많았다. 서구적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환경도 혹독하고, 불편한 것도 많을텐데 어떻게 서구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보일까. 이 물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작가는 라다크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과거 라다크 사람들은 자급자족을 했고, 필요한 것은 물물교환을 했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만 농사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축제를 하거나 부족 사람들과 수다를 떨거나 재충전을 할 수 있었다. 아파서 일을 못하면 부족 사람들이 대신 일을 해줬다. 그 대가로 다음에 도와준 사람들을 대신해 일을 해주거나 자신이 수확한 농사물을 나누어 주면 됐다. 하루에 몇 시간만 일을 해도 행복하게 걱정없이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은 언제나 여유가 있었고 화를 내지 않았다.

작가는 라다크 사람들에게 서양의 어린아이들 양육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이있다. 그러자 라다크인인 '돌마'는 섬뜩해 하는 표정을 지으며 "제발요. 헬레나, 당신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제발 그런 식으로 키우지는 마세요.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고 싶다면 우리처럼 하세요."라고 말했다. 서양 사람들이 라다크인들보다 조금 더 방식/방법에 입각해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입장이 이해가 될 것이다.

또 한번은 라다크 사람들에게 '스트레스'의 개념을 설명해준 적도 있다. 예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줘도 라다크 사람들은 '스트레스'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즉, 라다크인들은 '스트레스' 자체를 겪지 않을 뿐더러 그 자체가 없는 개념이기도 했다.

라다크는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기술의 진보는 생산성의 향상을 도모한다. 수작업으로 하던 것을 기계로 하면 더 적은 노력과 시간으로 더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는 생산성의 향상과 더불어 인구의 증가와 탐욕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인구의 증가와 탐욕으로 인해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일을 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으로 인해 기술의 진보는 결국 인간에게 더 많은 일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불균형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에 나오는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물론 작가는 라다크 사람들의 삶 중 좋은 측면만 기술했을 것이다. 분명 서구사람들에 비해 라다크인들이 겪는 불편한 점도 많았을 것이다. 작가는 환경단체운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입장에서 라다크인들을 바라봤을 것이다. 뭐든지 일장일단은 있기 마련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재를 살면서 과거 라다크 인들의 삶의 방식과 태도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2018. 10. 1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