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퉁이 서재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본문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만큼 문장 하나하나에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책 전반에 많은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한 번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아 1월 동안 두 번을 읽었다. 주된 플롯은 (동시에 협의의 플롯이기도 하다.) 토마시와 테레자, 그리고 프란츠와 사비나의 연애 이야기이다. 이 플롯 사이에서 인생의 의미, 정치, 사랑, 자연과 생명, 인간의 본성 등의 큰 주제에 대해 말한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한낱 그림자 같은 것이고, 그래서 산다는 것에는 아무런 무게도 없고 우리는 처음부터 죽은 것과 다름없어서 삶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름답고 혹은 찬란하다 할지라도 그 잔혹함과 아름다움과 찬란함조차도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첫 구절이다. 쿤데라는 인생은 한번뿐이기 때문에 '사람이 무엇을 희구해야만 하는가를 안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즉, 존재의 무거움보다는 가벼움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심각한 여성 편력을 가지고 있는 토마시는 여섯 번의 우연을 통해 테레자를 만나, 결혼을 한다. 결혼을 하고도 토마시는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닌다. 이를 알게 된 테레자는 토마시가 빨리 늙기를 바란다. 힘을 잃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토마시는 자신이 만난 수많은 여자 중 테레자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진정 사랑한 것이다.
그녀의 머리맡에 무릎을 꿇고 앉자 불현듯 그녀가 바구니에 넣어져 물에 떠내려 와 그에게 보내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 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한편, 외과의사였던 토마시는 '오이디푸스 왕' 기고 때문에 병원에서 쫓겨난다. 철회서에 대한 주변 권유가 여러 번 있었지만 이를 거절한다.
그가 올바른 행동을 하는 것인지는 확실할 수 없었으나 그가 원하는 바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미안합니다.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철회서 서명에 거절한 토마시는 도시의 유리창 닦는 노동자로 전락하고, 결국엔 시골의 트럭 운전사가 된다. 이 모든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테레자에게 토마시는 이렇게 말한다.
"테레자, 내가 이곳에서 얼마나 행복한지 당신은 모르겠어?"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 거야!"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게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토마시도 테레자도 결국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했고, 둘 다 힘을 잃었다. 여기서 힘을 잃었다는 것은 존재의 가벼움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뜻한다. 무엇인가에 큰 의미를 두고, 개혁하려고 하는 무거움의 추구와 반대되는 뜻이다.
이 책의 많은 주제가 다 공감될 정도로 내 인생의 경험이 충분치 않다. 하지만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10년 후, 20년 후에 이 책을 읽으면 지금보다 크게 와 닿을 것 같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재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많은 책인 것 같다.
2018. 2. 11.
'책과 사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이먼 싱]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 (0) | 2019.04.04 |
---|---|
[윌 듀랜트] 철학이야기 (0) | 2019.04.02 |
[칼세이건] 코스모스 (0) | 2019.04.02 |
[백범 김구] 백범 일지 (1) | 2019.04.01 |
[류시화 엮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0) | 2019.04.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