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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바디: 우리 몸 안내서

Baek Kyun Shin 2021. 6. 24. 23:36

빌 브라이슨은 재밌게 글을 쓴다는 평이 자자한 작가다.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데 이제야 그의 책을 읽어봤다. <바디: 우리 몸 안내서>는 말 그대로 우리 몸에 관한 쉬운 안내서다. 피부, 뇌, 심장, 장기, 뼈, 신경 등 인체에 대해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다 읽고 나니 빌 브라이슨이 왜 유명한지 알겠다.

첫 번째 이유는 글을 재밌게 쓰기 때문이다. 인체를 설명하는 의학 내용을 다루다 보면 글이 지루해지기 쉽다. 의학적인 지식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왜 이렇게 글이 쉽게 읽히고 재미있는지 분석해보니, 일화를 많이 넣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을 설명하며 19세기 초반에는 마취제가 없어 불에 지진 칼로 유방을 직접 베어낸 사례를 들었다. 1810년 영국의 소설가 버니는 쉰여덟에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기로 했다. 조수 2~3명 버니의 팔과 다리를 잡고, 의사는 불에 지진 칼로 유방을 베어낸다. 암 조직이 여전히 남아있어서 칼이 가슴뼈에 닿아서 사각거릴 때까지 긁어냈다고 한다. 수술은 17분 동안 진행됐다.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나 버니는 29년을 더 살았다. 이렇듯 자극적이거나 흥미 있는 사례를 많이 들었다. 

두 번째 이유는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정보 조사 및 수집을 철저히 하기 때문이다. 빌 브라이슨은 다양한 주제로 책을 썼다. 여행, 언어, 의학, 역사 등. 그래, 여행과 언어는 그렇다고 치자. 근데 과학과 역사는? 빌 브라이슨은 의학 전문가도, 역사 전문가도 아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작가일 뿐이다. 그런 그가 의학과 역사책을 썼다. <바디: 우리 몸 안내서>가 의학 책이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역사책이다. 의사도 아닌 빌 브라이슨이 <바디: 우리 몸 안내서>를 쓰려고 얼마나 오랜 기간 조사했을까. 의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관련된 일화도 소개하려면 꽤 오랫동안 조사했을 거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빌 브라이슨이 글을 잘 쓰는 이유는 이렇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쉽고 재밌게 쓰기 때문에

이렇게 쓰고보니 누구나 아는 간단한 원리다. 원리는 대개 간단하기 마련이지.

이 책은 일반인 수준에서 알아두면 좋을 인체 관련 의학 지식을 설명해놓았다. 많이 배웠다. 책의 요점은 '우리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인체는 매 순간 기적을 행한다는 것'이다. 

1. 우리는 아직 인체에 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의학이 발전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 더 크다. 왜 그런지 다음 인용 글을 보자.

당신을 만드는 데에는 총 70억 x 10억 x 10억 개의 원자가 필요하다. 70억 x 10억 x 10억 개의 원자가 당신이 되기를 절실히 원하는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어쨌거나 원자는 어떤 생각도 개념도 갖지 못한 입자일 뿐이다. 
확실히 말하자. 지구는 미생물의 행성이다. 우리는 그들의 처분에 달려 있다. 미생물에 관한 한, 우리는 정말로 이제 겨우 알기 시작했을 뿐이다.
우리 손가락 끝에 소용돌이무늬를 만들게 한 진화적 명령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 지문과 일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정확히 말할 수 있는 건 똑같은 지문을 가진 두 사람을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의식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아니, 생각이란 정확히 무엇을 뜻할까? 유리병에 담거나 현미경 슬라이드에 올려놓을 수는 없지만, 생각이 실제로 분명히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그러나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생각이 무엇인지를 사실상 알지 못한다.
지금도 비타민은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우리의 콩팥이 왜 두 개인지는 지금까지도 수수께끼이다. 물론 여유분은 지닌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심장이나 간이나 뇌는 두 개가 아닌데 콩팥은 왜 두 개인지, 기쁘기는 하지만 영문을 모를 일이다.
남성은 음식물이 입에서 항문까지 가는 데에 평균 55시간이 걸린다. 여성은 72시간 가까이 걸린다. 음식물이 여성의 몸에서는 하루나 더 머문다. 이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가져온다고 할 때) 우리는 전혀 모른다.

2. 인체는 매 순간 기적을 행한다.

우리 몸은 정교한 기계다. 수많은 세포와 신경과 기관이 하모니를 이루며 엄청난 일을 한다. 우리는 그걸 당연하다고 여긴다. 인체의 정교함과 복잡함을 생각하면 일순간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게 참 기적이다. 대부분 인지를 못 하겠지만 우리 몸은 최첨단 기술력의 집약체다.

연골도 아주 놀랍다. 연골은 얼음보다 훨씬 매끄럽다. 마찰계수가 얼음의 1/5에 불과하다. 연골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면 얼음판에서보다 16배 더 빨리 스케이트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연골은 얼음과 다르게 금이 가지도 않는다. 최신 과학으로도 만들 수 없는 걸 몸은 가지고 있다. 지구상 최고 기술은 대부분 바로 우리 몸 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이것을 지극히 당연하다고 여긴다.
심장은 딱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며, 그 일을 놀라울 정도로 잘 한다. 바로 뛰는 것이다. 1초에 1번 남짓, 하루에 약 10만 번, 평생에 35억 번을 뛰면서 온몸으로 피를 밀어낸다. 부드러운 밀어내기가 아니다. 대동맥이 잘린다면 피가 3미터나 솟구칠 만큼 힘찬 밀어내기다. 평생을 말 그대로 단 1초도 쉬지 않고 엄청난 일을 하는 기관이다. 
포유류 중 공기와 음식을 같은 통로로 보내는 동물은 우리뿐이다. 공기는 폐로, 음식은 위로 가게 만드는 건 후두덮개라는 작은 기관이다. 후두덮개는 호흡할 땐 열리고 삼킬 땐 닫힌다. 그렇게 해서 음식과 공기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보낸다. 저녁 모임에서 신나게 먹고, 떠들고, 웃고, 숨 쉬고,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우리가 단 한순간도 신경 쓸 필요 없이 후두덮개는 모든 것을 두 방향 중 올바른 방향으로 알아서 보내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놀랍다. 

침을 삼켜 봤다. 의식하지 않아도 침은 기도로 가지 않고 식도로 넘어간다. 입으로 숨을 들이켜 봤다. 의식하지 않아도 공기는 식도로 가지 않고 기도로 간다. 우리 몸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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