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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유

[수 클리볼드]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데이터 파수꾼 Baek Kyun Shin 2021. 9. 18. 14:41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 13명과 부상자 24명이 발생했다. 가해자인 에릭과 딜런은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콜럼바인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 에릭(왼쪽)과 딜런(오른쪽)

이 책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가해자 딜런의 엄마다. 수 클리볼드는 평범한 엄마다. 딜런도 부모의 말을 잘 듣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가정은 화목했고, 여타 다른 가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수 클리볼드는 딜런에게 올바른 가정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딜런에게서 어떠한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끔찍한 학살사건을 저지를 만한 어떤 낌새도 발견할 수 없었다. 

놀라운 사실은 콜럼바인 총기난사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릭과 딜런이 철저하게 계획한 사건이다. 그들은 약 1년 동안 대학살을 계획했다. 원래는 폭탄테러를 계획해 교내 식당에 폭탄을 설치했다. 식당 내 모든 사람을 죽일 만큼 강력한 폭탄이었다. 천만다행으로 폭탄은 터지지 않았다. 폭탄이 터졌다면 500명 가량이 죽거나 심한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폭탄이 터지지 않자 에릭과 딜런은 자동권총과 산탄총을 900발 가량 발포하며 학생들을 살해했다. 그리고 에릭과 딜런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기난사 사건 이후 수 클리볼드는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은 기본이다. 모든 사람에게 질타를 받았다. 어떻게 아들의 총기난사 계획을 알아채지 못했는지, 왜 아들이 그 지경이 되도록 내버려 두었는지,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이런 참혹한 사건이 발생했는지 말이다. 수 클리볼드와 그녀의 남편은 목숨이 위험할 정도였다. 변호사의 말에 따라 집을 떠나 은신처에서 살아야 했다. 여생을 가해자 아들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콜럼바인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수 클리볼드는 스스로 좋은 엄마라 생각했고, 딜런도 착한 아들이라 생각했다.

딜런이 3학년 때 문제를 일으키기 전에는
앞으로 일어날 비극을 예감할 만한 일이
우리 가족의 삶에서 한 가지도, 단 한 가지도 없었다.

모든 언론은 딜런의 부모를 악마로 묘사했다. 원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부모가 아이를 학대하거나 올바르게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야 우리는 마음이 편하다. 나는 아이를 학대하지도 않고, 올바르게 교육시키기 때문에 내 아이는 절대 그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딜런의 부모는 문제가 있어야 한다. 부모에 문제가 있으니 아이도 문제가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 클리볼드는 평범한 엄마였다. 평범한 가정환경에서 아이들을 양육했다. 오히려 가정교육을 잘 시키는 편이었다. 수 클리볼드는 아들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에 담긴 궁극적 메시지는 충격적이다.
내 자식을 내가 모를 수 있다는 것.
아니 어쩌면, 자식을 아는 게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책을 썼다(궁극적으로는 제정신을 유지하려고 책을 썼다). 용서를 빌려고 쓴 것도, 책임이 없다는 해명을 하려고 쓴 것도,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려고 쓴 것도 아니다. 

수 클리볼드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올바른지 말이다. 만일 딜런이 에릭을 만나지 못하도록 금지했으면 콜럼바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수 클리볼드가 딜런의 일기장을 훔쳐봤더라면 콜럼바인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딜런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감시했다면 끔찍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가 친한 친구와 놀지 못하도록 하는 부모가 있나? 아이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게 옳은 일인가? 아이의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게 올바른 양육 방법인가?

수 클리볼드와 딜런(5살)

수 클리볼드는 이 책에서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하는지 논하지 않는다. 다만 가장 가까운 사람을 모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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