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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듀랜트] 철학이야기

Baek Kyun Shin 2019. 4. 2. 18:54

 책은 철학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한 입문서라고 한다. 문예출판사 판본으로 읽었는데 조금 실망했다. 우선 번역에 비문이 많고, 번역상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많았다. '알기 쉽게 소개한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번역이 난해하다. 다소 실망을 했지만 '번역'에 실망을 한 것이지 윌 듀랜트의 [철학이야기] 자체에 실망을 한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랜시스 베이컨, 스피노자, 볼테르, 이마누엘 칸트, 쇼펜하우어, 스펜서, 프리드리히 니체, 현대 유럽 및 미국 철학자들 등 철학계의 거물들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괜찮은 책인데 번역이 이 책을 음미하는 걸 방해했다. 나중에 다른 판본으로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정말 철학이란 무엇일까. 철학은 왜 태어났고, 어쩌면 형체가 없어 보이는 이 학문은 어디에 쓰이는 것일까. 수 많은 철학자들은 왜 철학에 일생을 바쳤을까.

나는 군대에 있었을 때 철학을 굉장히 좋아했다. 좋아했던 이유는 딱히 없지만 굳이 찾자면 '지적 향연'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쓸모 없어 보이고 형체도 없어 보이는 학문이 참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전역을 하고 회사에 취직한 뒤로 철학을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느라 철학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일상과 철학은 어쩌면 동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철학적 거물들은 7시에 일어나 규칙적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일상의 반복을 경험하지 않았다. 일을 한다고 하면 교수를 했고, 집에 돈이 많아 평생을 사색과 독서, 글쓰기만 한 철학자도 있다. (물론, 스피노자는 가난하게 살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혹자는 철학을 '귀족의 소유물'이라 한다.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는 사람들에게는 고민거리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철학을 음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철학은 무슨 얼어 죽을 철학이냐는 것이다.

일상의 쳇바퀴를 굴리는 사람들에게 고민거리가 너무나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 고민거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미지수다. 우리는 일의 경중을 따져 봐야 한다. 고민거리들을 파헤쳐보면 경미한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우리는 중요한 것에 집중을 해야 한다. '중요하다'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보다 '본질'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우리는 결국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철학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문학 자체가 본질은 아니다. 다만 인생의 본질이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한 사람들은 철학자, 문학가, 예술가, 음악가다. 우리는 수단으로써의 인생이 아니라 목적으로써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단으로써의 인생을 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철학, 문학, 예술가들은 상당수 목적으로써의 인생을 살고 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느껴본 자는 알 것이다. [이방인]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먹먹한 멍함을 느껴본 자는 알 것이다. 문학과 철학이 인생의 본질과 얼마나 연관이 있는지를. 철학, 문학, 예술은 표현 방법이 다를 뿐 결국 '인생의 본질에 대해 음미'한다는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AI가 온 세계를 지배해도 우리가 문학과 철학을 해야 하는 이유라 생각한다.

가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어떤 책일까 궁금해진다. 그 책이 고전문학이면 그 반가움이 배가 된다. 지하철에서 고전문학을 읽는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2018.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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