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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유

[장자] 장자

Baek Kyun Shin 2019. 4. 4. 23:32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을 모두 읽어봤는데 유가사상보다 도가사상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유가사상은 체계와 질서가 있다고 느껴진 반면 도가사상은 자유로움 그 자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으로 보면 실존주의와 가까웠다. 내가 니체와 까뮈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도가사상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듯 하다. 장자는 노자의 도가사상을 뒤이은 사람이고, 장자의 장자 또한 그에 대한 책이다. 도덕경이 운문체라면 장자는 산문체이기에 조금 더 읽기가 편하고 내용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다른 책들을 읽을 때보다 장자를 읽을 때 더 주의를 기울이려고 했다. 다른 어떤 책보다 오랜 시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고 성인의 경지에 있는 '장자' 혹은 그의 사상을 뒤이은 사람들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도'에 대한 책이다. '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글로 표현하기는 더 힘들다. 장자의 깊은 생각을 나의 짧은 글로 해제하는 것은 힘들다 판단하여 내가 표시를 해둔 잠언을 그대로 옮길까 한다.

일단 온전한 몸을 받았으면, 우리는 그것을 일부러 망치지 말고, 저절로 쇠잔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중략)... 죽을 때까지 일하고 수고해도 아무것도 잘된 것 보지 못하고, 그저 일에 쫓기고 지쳐 돌아가 쉴 데도 없으니, 이 어찌 애처롭지 않으냐? 그래도 죽지는 않았다고 자위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살아 있다는 것] 뭐 그리 대수냐? 어차피 몸도 쇠하고 마음도 그렇게 되고 마니 정말 애처롭기 그지없는 일 아니겠느냐?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본래 이처럼 엉망진창인 것인가? 오직 나만 이런 것인가? 사람들 중에 이렇게 엉망진창이 아닌 이들도 있다는 것일까?
햇수가 더해 세월 가는 것을 잊고, [옳다 그르다] 의미를 따지는 일을 잊어버리게
마음이 사물의 흐름을 타고 자유롭게 노닐도록 하십시오. 부득이한 일은 그대로 맡겨두고, 중심을 기르는 데 전념하십시오. 이것이 최고입니다. 무엇을 더 꾸며서 보고할 것 있겠습니까? 그저 그대로 명을 받드는 것뿐. 그러나 그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장자는 삶의 본질을 가장 잘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사실 이것이 삶의 알파에서 오메가이고, 동시에 별 것 없는 것이다. 다만 그런 마음가짐을 가지고 실제로 행동하기가 힘든 것이다. 장자는 '생각 없는 삶'을 실천한 성인 중 한 명이고, 인생을 가장 행복하게 산 사람일 것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생각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다. 많은 고전을 읽으면 읽을 수록 이 명제는 너무나 자명해진다. 마음 속으로는 '생각 없는 삶'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생각이 너무 많은 삶'을 살고 있다. 시지프의 신화처럼 이 바보 같은 반복은 앞으로도 계속할 것 같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은 어쩌면 시지프의 신화를 살고 있는 게 아닌지.

2018.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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