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과 사유 (100)
귀퉁이 서재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책 프로이트, 마르크스, 니체는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로 꼽힌다. 니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이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총 3번 읽었다. 읽을수록 새로운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매력적인 책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 철학적 사상을 한 번에 무너뜨린 파괴적인 철학자다. 그는 플라톤부터 굳건하게 이어진 기존 서양철학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의 틀을 모두 무너뜨리고 혁명적인 철학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는 철학사의 빼놓을 수 없는 거물이 되었다. 이 책을 3번 읽다보니 밑줄 친 곳이 굉장히 많았다. 거의 매 장마다 잠언들로 가득하다. 추리고 ..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잡지의 2019년 1분기판이다. 현업에서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데이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잡지를 읽고 아래 세가지 사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데이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고, 앞으로 그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것, 정제하는 것은 땀내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데이터를 만지는 건 재미있을 것이다. 모래사장 곳곳에 보석이 몇 개 숨어있다고 하자. 이 때 모래사장이 데이터이고, 모래사장을 샅샅이 뒤져 보석을 발견하는 일이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모래사장을 샅샅이 뒤지면 뒤질수록 보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모래사장의 가치는 무궁무진할 수 밖에 없다. Numpy는 2006년에, pandas는 2008년에 releas..
사피엔스에 큰 감명을 받고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를 펼쳐봤다. 사피엔스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사의 전반을 설명한 책이라면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과거 인류를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에렉투스 등으로 칭했고,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 칭한다. 이와 유사하게 미래의 인류는 호모 데우스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호모 데우스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인류의 구분이 달라질 정도로 호모 사피엔스와는 크게 다를 것이다라고 말한다. 앞서 사피엔스에서도 말했듯이 허구를 믿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이 다른 종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이다. 허구를 믿는 능력덕분에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인간은 다른 모든 종을 지배한 유일한 존재가 됐다.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이어 벌써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만 3번째 읽는다. 이 시집은 2018년 1월에 나온 책이다. 앞으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새 시집을 보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1번째, 2번째 시집만큼은 아니었지만 류시화 시인만의 느낌은 여전했다. 시는 나로 하여금 앞만 보고 뛰어가다가도 잠시 멈춰서 숨도 고르고 주변도 돌아보게 한다. 아래는 본 시집에서 내가 꼽은 세 개의 시다. 그렇게 못할 수도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작년 12월 31일에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한 글을 썼다. 오늘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해 글을 쓴다. 우연하게도 매 연말에 인류 대서사시에 대해 글을 쓴다. 코스모스만큼 두꺼운 책이지만 코스모스만큼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책의 효율성에 대해서. 저명한 학자가 평생을 걸쳐 연구한 학문 결과의 요약을 단 몇 주 만에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지배한 동물이 되었는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무엇인지, 인간은 이를 통해 결국 행복해졌는지, 앞으로 인류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의 과거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푸조라..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을 골랐는데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원제는 "The Middle Passage", 중간항로이다. 인생의 중간항로를 지나는 시기, 즉 마흔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중간항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중간항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성격과 '자기'의 욕구 사이에 무시무시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다시 말하자면 중간항로는 '지금까지의 내 삶과 역할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4년 전 군대에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이와 유사한 주제로 '인정 욕구'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인정 욕구'는 말 그대로 남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갈..
집에만 가면 읽고 있던 책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책을 읽곤 한다. [오래된 미래]도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오래된 미래]는 문명으로부터 고립된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난 기술의 편의성을 긍정하면서도 전통과 자연을 동경하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책은 항상 좋아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웃고 다니고 여유도 많았다. 서구적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환경도 혹독하고, 불편한 것도 많을텐데 어떻게 서구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보일까. 이 물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작가는 라다크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과거 라다크 사람들은 자급자족을 했고, 필요한 것은 물물교환을 했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만 농사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
이 책은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신경정신질환 환자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어렸을 때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와 유사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동행]이 외상 환자에 대한 내용이라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신경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항상 웃고 다니고 행복해 보이는 정신질환 환자가 일반인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그 정신질환 환자는 자기만의 세상에 살고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보든 스스로는 아주 평화롭고 행복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이 숲 속 토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팍팍한 세상이 구름처럼 안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상태라면 그 사람을 치유하는 게 ..
요즘 언론에서도 코딩 붐이라고 떠들어댄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국영수코'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의무교육으로 지정되고 있다. 이 책은 소프트웨어 교육이 각광받고 있는 현 사회적 상황 하에 나온 코딩 교양서다. 대학교 1학년때부터 코딩을 좋아했고, 현재도 조금씩 공부하고 있는 나로써도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일반인을 위한 코딩 교양서 치고는 생각보다 내용도 깊고 잘 쓰였다. 필자가 코딩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 이해가 쉬웠다. 독자를 고려해서 쉽게 쓰려고 배려한 티가 나서 좋았다. 필자의 주장처럼 현대 사회에서 '키보드질'은 망치질이나 삽질을 완벽하게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농업 사회에서는 작물을 키우기 위해 '삽질'을 했고, 산업 사회에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망치질'..
첫 몇 페이지를 읽고 나면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 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그런 책이었고, [상실의 시대]도 그 중 하나였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노벨 문학상 후보로 항상 언급되는 세계적인 작가다. 한국에서도 워낙 인기 있는 작가여서 1Q84,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의 책 이름은 많이 들어봤다. 현대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여서 그런지 사실 그의 작품은 별로 읽고 싶지가 않았다. 하루키라는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를 대중성과 서정성이 풍겼다. 집에서 우연히 [상실의 시대]를 꺼내보았을 때, 젊은 청년이 주인공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23살 이등병 시절에 읽었던 오쿠다 히데오의 [스무살 도쿄]가 떠올라 첫 몇 페이지를 읽어 봤다. 그 뒤로 읽고 있던 책을 ..
존 스튜어트 밀은 19세기 영국의 대표적인 공리주의 철학자이다. 230페이지 가량되는 이 짧은 분량의 책은 밀의 핵심 사상을 잘 담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자유'에 관한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개인의 자유는 보호되고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분량의 책인 것 같지만 이 주장을 하기 위해 230페이지를 할애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긴 분량인 것도 같다. 다음과 같이 이 책의 목적을 명확히 서술한다. 나는 이 책에서 사회가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성질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개인을 상대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력의 한계를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사회에서 누구든-개인이든 집단이든-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를 ..
공자의 논어, 노자의 도덕경을 모두 읽어봤는데 유가사상보다 도가사상이 더 마음에 와 닿았다. 유가사상은 체계와 질서가 있다고 느껴진 반면 도가사상은 자유로움 그 자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서양철학으로 보면 실존주의와 가까웠다. 내가 니체와 까뮈를 좋아하는 것을 보니 도가사상에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듯 하다. 장자는 노자의 도가사상을 뒤이은 사람이고, 장자의 장자 또한 그에 대한 책이다. 도덕경이 운문체라면 장자는 산문체이기에 조금 더 읽기가 편하고 내용을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다른 책들을 읽을 때보다 장자를 읽을 때 더 주의를 기울이려고 했다. 다른 어떤 책보다 오랜 시간 그 가치를 인정받은 책이고 성인의 경지에 있는 '장자' 혹은 그의 사상을 뒤이은 사람들이 쓴 책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 책은 피타고라스부터 와일즈까지 정수론의 역사를 훑는 책이다. 특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와일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수학과 수학자의 냉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흥미 있는 책이다. 평소에 문학과 철학을 접하다가 가끔 이런 류의 과학서적을 접하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내 뿌리가 공학도임을 반증하는 것 같다. 피타고라스 피타고라스와 그의 제자들 대부분은 불길 속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중략... 피타고라스는 '수학이란 모든 학문 분야 중에서 가장 철저하게 개인적 주관을 배척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중략.. 수학이론의 타당성 여부는 개인적인 사견과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논리의 구성에 달려 있다. 이것이야말로 피타고라스가 인류의 문화에 기여한..
책은 철학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한 입문서라고 한다. 문예출판사 판본으로 읽었는데 조금 실망했다. 우선 번역에 비문이 많고, 번역상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도 많았다. '알기 쉽게 소개한 입문서'라고 하기에는 번역이 난해하다. 다소 실망을 했지만 '번역'에 실망을 한 것이지 윌 듀랜트의 [철학이야기] 자체에 실망을 한 것은 아니다. 훌륭한 책이라 생각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프랜시스 베이컨, 스피노자, 볼테르, 이마누엘 칸트, 쇼펜하우어, 스펜서, 프리드리히 니체, 현대 유럽 및 미국 철학자들 등 철학계의 거물들을 깊이 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괜찮은 책인데 번역이 이 책을 음미하는 걸 방해했다. 나중에 다른 판본으로 꼭 읽어봐야겠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보게 된다..
이 책은 쉽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그만큼 문장 하나하나에 함축적 의미가 담겨 있다. 책 전반에 많은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 한 번으로는 이해가 쉽지 않아 1월 동안 두 번을 읽었다. 주된 플롯은 (동시에 협의의 플롯이기도 하다.) 토마시와 테레자, 그리고 프란츠와 사비나의 연애 이야기이다. 이 플롯 사이에서 인생의 의미, 정치, 사랑, 자연과 생명, 인간의 본성 등의 큰 주제에 대해 말한다. 영원한 회귀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를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뒤집어 생각해 보면 영원한 회귀가 주장하는 바는, 인생이란 한번 사라지면 두 번 ..
7월 30일 글을 쓰고 5개월 만에 다시 깜박이는 커서를 마주하고 있다. 5개월간 시험 공부를 하느라 책을 거의 못 봤다. 오랜만에 여유가 있어 읽고 있던 코스모스를 다 읽었다. 지금은 12월 31일 00:27 이다. 17년 마지막 날이다. 어쩌다 17년도 다 지나갔다. 17년의 마지막 날이기에 의미를 부여할 법한데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오늘 마저 다 읽은 코스모스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칼세이건은 인류, 인생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모든 인간사는 우주적 입장과 관점에서 바라볼 때 중요하기는커녕 지극히 하찮고 자질구레하기까지 하다. 하루 종일 날갯짓을 하다 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것이다. 지구는 광활한 우주에서 극히 미미한 점에 불과하고 그..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의 아버지로서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느 위인들에 대해서 아는 것과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업적까지는 몰랐다. 그리하여 의무감과 궁금함을 좇아 이 책을 들게 되었다. 읽어야겠다 생각하며 책을 지니고 있던 것은 2014년부터였는데 3년이 지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참 대단한 사람이다. 나라에 대한 걱정과 독립에 대한 열망은 차치하고, 대범한 기개와 육체적 고통에 대한 인내에 입이 벌어졌다. 그는(본명 김창수) 상인의 아들로 태어나 과거에 응시했으나 낙제했다. 과거를 포기하고 관상학을 공부했으나 본인의 관상에 대해 실망(?)하고 관상학도 포기했다. 뒤 이어 동학 운동에도 가담했지만 신변에 위험이 있어 동학을 그만하라는 주위의 강권에 이 역시 포기했다. 이렇게 그는 ..
류시화 시인이 엮은 잠언 시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은 나의 군 시절 야근 뒤 꿀잠을 자게 해준 매개체였다. 밤새 야근하고 8시에 내무반으로 들어와 침대 위 라이트 등을 켠 상태로 10~15분 정도 시집을 읽고 잠들곤 했다. 3개월 전 그와 비슷한 류시화 시인의 잠언 시집을 또 발견해 망설임 없이 구입했다. 생각날 때마다 천천히 읽었고, 그 중 내 심장을 때린 시를 그대로 옮기고자 한다. 소설이나 수필에 대한 해제는 하더라도 시 자체에 대한 해제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새벽 두 시, 세 시, 또는 네 시가 넘도록 잠 못 이루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집을 나와 공원으로 간다면, 만일 백 명, 천 명, 또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물결처럼 공원에..
우리는 무의미한 우주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운명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무의미한 우주에서 신은 있다고 해봐야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며, 최악의 경우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불쾌한 사실을 나열해놓고 말하기는 좀 이상하지만, 실존주의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반허무주의적인 철학이다. –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인간은 의자나 바위처럼 고정된 존재가 아니고, 끊임없이 변하며 무언가가 되어가는 불확정하고 불명확한 존재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우며, 자유롭기를 그만둘 수 없다. 우리는 모두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 – 실존주의자로 사는 법 4년 전 니체에 빠졌었던 적이 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도덕의 계보학], [비극의 탄생] 등 니체의 저서를 탐닉하며 그의 생철학을 즐겼을 때였..
2년 전 군 시절 읽었던 이방인을 한 번 더 펼쳐봤다. 이렇게 짧은 분량으로 이렇게 크게 뇌리를 흔들 수 있는 작품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아래의 구절로 시작한다. 오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오늘인지 어제인지 정확히 모르는 의식의 단절이다. 그리고 사장에게 휴가를 청하며 사장이 싫어하는 눈치를 주자 이렇게 말한다.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 그렇다. 어머니가 죽은 것이 뫼르소의 탓은 아니다. 혹자는 이를 보고 희대의 패륜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머니는 죽었고 그것은 뫼르소의 탓이 아니며, 두 사실 사이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또한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 중 잠깐 바깥바람을 쐬며 이렇게 생각한다. 오랫동안 야외에 나가 본 일이 없던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