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과 사유 (57)
귀퉁이 서재

짧은 분량이라 2번 읽었다. [데미안]과 마찬가지로 [싯다르타] 역시 성장소설이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바라문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는 바라문, 즉 귀족의 길을 버리고 자아의 근원을 찾기 위해 가족을 떠나 사문의 길을 택한다. 싯다르타의 절친인 고빈다도 싯다르타를 따라 사문의 길을 동행한다. 사문의 길을 걷던 중 싯다르타는 큰 고뇌에 빠진다. 오랫동안 명상, 금식, 침잠, 자기 수행을 하더라도 열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 생각을 한다. 사문 스승을 보더라도 여러 가지 위안을 얻기 위한 교묘한 재주를 부릴 뿐 평생 진정한 열반에 이르지 못할 것이고 생각한다. 싯다르타는 더 이상 스승으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느낀다. 침팬지에게 배우더라고 이 정도로는 만족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심리학자인 조던 피터슨은 사뭇 철학적이다. 심리학자라기보다 철학자에 가깝다. 피터슨은 이 책에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열거하지 않았다. 온전히 그의 생각을 표현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피터슨이 말하는 12가지 인생 법칙을 아래와 같다.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을 하지 말라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

개발자 필독서 중 하나인 클린 코드는 어떻게 하면 코드를 깨끗하고 품질 좋게 짤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론을 설명한 책이다. 밥 아저씨라 불리는 로버트 C. 마틴이 쓴 책이다. 이제는 나이가 지긋이 들어 백발의 노인이 다 된 전설적인 분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코드를 엉망으로 짰는지 일깨워줬다. 그동안 네이밍, 추상화, 코딩 컨벤션 정도만 주의한 수준에서 돌아가는 코드를 짰었다. 그마저 급할 땐 무시하기도 했었다. 혼자 개발을 하든 여럿이서 개발을 하든 깨끗한 코드를 짜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인 것 같다. 혼자 개발을 하더라도 코드를 엉망으로 짜면 나중에 다시 그 코드를 볼 때 무슨 코드인지 못 알아볼 수도 있다.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깨끗한 코드를 짜기 위해서는, 이 책에 소개된 귀중한 방법..

도가도 비상도 (道可道非常道) 명가명 비상명 (名可名非常名) 도덕경의 첫 구절이다. 뜻을 풀어쓰자면,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영원한 '도'가 아니다. 이름 지을 수 있는 이름은 영원한 이름이 아니다. '도를 아십니까?'가 이로 인해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면 무엇이 '도'인가?라는 의문이 자연스레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보다는 도덕경에서 노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사실 노자가 실존 인물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노자의 도덕경도 노자라는 한 사람이 쓴 것인지 노자가 쓴 글에 그 후손이 글을 더 추가해 쓴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신비로운 사람이 쓴 신비로운 ..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소프트웨어 장인이란 무엇이고, 소프트웨어 장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이념과 태도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의 삶의 자세에 대해 광범위하게 언급하고 있다. 저자인 만쿠소의 경험에 빗대어 설명을 하니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못했어도 실제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굉장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코더, 월급 받는 노동자와는 다른 차원이다.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사람이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코드를 작성하여 협업을 도모하고, 코드 생태계를 더 발전시키는 사람이다. 돌아가..

읽는 순간의 그 느낌이 생각나 다시 집어 들었다. 원서로 2번, 번역본으로 2번 읽었다. 짧지만 묵직한 책이다. [이방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더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이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집에 돌아가기까지 3일 동안 벌어진 일들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홀든 콜필드는 성적 부진으로 퇴학을 당하고, 얼마 없는 돈으로 길거리를 서성이며 며칠을 보낸다. 퇴학 통지서가 수요일에 집에 도착하는데 그전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방황을 하게 된다. 그는 속물들이 넘쳐나는 학교를 떠났지만 도심 속에도 여전히 속물들이 가득한 것에 염증을 느낀다. 홀든이 알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어른들은 속물이었다. 그와 반대로, 여동생 '피비'를 비롯한 대부..

이 책은 빌 게이츠가 미국의 모든 대학생들에게 졸업 선물로 준 책이라고 한다. 그 이유 하나로 책을 구매했다. 사실 난 신작 베스트셀러는 잘 사지 않는다. 아마존 장기 베스트셀러라도, 언론사 및 전문가의 호평, 극찬 등이 있어도 잘 사지 않는다. 그런 책들이 도움이 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더 좋은 옛날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어쨌든 경영자이자 기술자다. 그는 앞으로 사회를 짊어질 젊은 사람들이 이 책의 메시지를 꼭 알아줬으면 좋겠는 바람으로 이 책을 줬을 것이다. Factfulness(팩트풀니스)는 '사실충실성'이다. 말 그대로 사실에 충실한 정도를 의미한다. 우리는 여전히 선입견 가득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있다. 국가들은 여전히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나뉘고,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는 ..

모든 이를 위한, 그러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책 프로이트, 마르크스, 니체는 20세기를 뒤흔든 3대 혁명적 사상가로 꼽힌다. 니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중 한 명이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 중 하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총 3번 읽었다. 읽을수록 새로운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매력적인 책이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기존의 도덕과 가치, 철학적 사상을 한 번에 무너뜨린 파괴적인 철학자다. 그는 플라톤부터 굳건하게 이어진 기존 서양철학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의 틀을 모두 무너뜨리고 혁명적인 철학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그는 철학사의 빼놓을 수 없는 거물이 되었다. 이 책을 3번 읽다보니 밑줄 친 곳이 굉장히 많았다. 거의 매 장마다 잠언들로 가득하다. 추리고 ..

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잡지의 2019년 1분기판이다. 현업에서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데이터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잡지를 읽고 아래 세가지 사안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데이터의 가치는 무궁무진하고, 앞으로 그 가치는 더 커질 것이다. 데이터를 바라보는 것, 정제하는 것은 땀내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데이터를 만지는 건 재미있을 것이다. 모래사장 곳곳에 보석이 몇 개 숨어있다고 하자. 이 때 모래사장이 데이터이고, 모래사장을 샅샅이 뒤져 보석을 발견하는 일이 데이터를 정제하고 분석하는 일이다. 모래사장을 샅샅이 뒤지면 뒤질수록 보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모래사장의 가치는 무궁무진할 수 밖에 없다. Numpy는 2006년에, pandas는 2008년에 releas..

사피엔스에 큰 감명을 받고 후속작인 호모 데우스를 펼쳐봤다. 사피엔스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인류사의 전반을 설명한 책이라면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과거 인류를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에렉투스 등으로 칭했고, 현생인류를 호모 사피엔스라 칭한다. 이와 유사하게 미래의 인류는 호모 데우스가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호모 데우스가 정확히 어떤 모습일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인류의 구분이 달라질 정도로 호모 사피엔스와는 크게 다를 것이다라고 말한다. 앞서 사피엔스에서도 말했듯이 허구를 믿는 능력이야 말로 인간이 다른 종과 구분되는 특별한 점이다. 허구를 믿는 능력덕분에 협력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인간은 다른 모든 종을 지배한 유일한 존재가 됐다.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에 이어 벌써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집만 3번째 읽는다. 이 시집은 2018년 1월에 나온 책이다. 앞으로 류시화 시인이 엮은 새 시집을 보려면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1번째, 2번째 시집만큼은 아니었지만 류시화 시인만의 느낌은 여전했다. 시는 나로 하여금 앞만 보고 뛰어가다가도 잠시 멈춰서 숨도 고르고 주변도 돌아보게 한다. 아래는 본 시집에서 내가 꼽은 세 개의 시다. 그렇게 못할 수도 건강한 다리로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시리얼과 달콤한 우유와 흠 없이 잘 익은 복숭아를 먹었다. 그렇게 못할 수도 있었다. 개를 데리고 언덕 위 자작나무 숲으로 산책을 갔다. 오전 내내 내가 좋아하는..

작년 12월 31일에 칼세이건의 코스모스에 대한 글을 썼다. 오늘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대해 글을 쓴다. 우연하게도 매 연말에 인류 대서사시에 대해 글을 쓴다. 코스모스만큼 두꺼운 책이지만 코스모스만큼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으며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책의 효율성에 대해서. 저명한 학자가 평생을 걸쳐 연구한 학문 결과의 요약을 단 몇 주 만에 습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 어떻게 세상을 지배한 동물이 되었는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것이 무엇인지, 인간은 이를 통해 결국 행복해졌는지, 앞으로 인류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크게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을 통해 인간의 과거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푸조라..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책을 골랐는데 가볍지 않은 책이었다. 원제는 "The Middle Passage", 중간항로이다. 인생의 중간항로를 지나는 시기, 즉 마흔을 일컫는다. 이 책에서는 중간항로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화두를 던지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중간항로는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성격과 '자기'의 욕구 사이에 무시무시한 충돌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다시 말하자면 중간항로는 '지금까지의 내 삶과 역할을 빼고 나면, 나는 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4년 전 군대에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 이와 유사한 주제로 '인정 욕구'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인정 욕구'는 말 그대로 남들에게 인정 받고 싶은 욕구이다. 우리는 남들에게 인정받기를 갈..

집에만 가면 읽고 있던 책을 잠시 접어두고 새로운 책을 읽곤 한다. [오래된 미래]도 그렇게 읽기 시작했다. [오래된 미래]는 문명으로부터 고립된 '라다크'라는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난 기술의 편의성을 긍정하면서도 전통과 자연을 동경하기 때문에 이런 주제의 책은 항상 좋아한다. 라다크 사람들은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항상 웃고 다니고 여유도 많았다. 서구적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환경도 혹독하고, 불편한 것도 많을텐데 어떻게 서구 사람들보다 더 행복해보일까. 이 물음에 대한 궁금증으로 작가는 라다크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과거 라다크 사람들은 자급자족을 했고, 필요한 것은 물물교환을 했다. 하루에 몇 시간 정도만 농사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

이 책은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가 신경정신질환 환자에 대해 기록한 책이다. 어렸을 때 시골의사 박경철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와 유사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아름다운 동행]이 외상 환자에 대한 내용이라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는 신경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항상 웃고 다니고 행복해 보이는 정신질환 환자가 일반인보다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그 정신질환 환자는 자기만의 세상에 살고 있고 주변에서 어떻게 보든 스스로는 아주 평화롭고 행복할 것이다. 지하철에서 이상한 눈으로 자신을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이 숲 속 토끼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고, 팍팍한 세상이 구름처럼 안락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상태라면 그 사람을 치유하는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