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과 사유 (57)
귀퉁이 서재

제5장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고대 철학 아리스토텔레스 이후의 고대 철학은 네 가지 부류로 나뉜다. 그것은 바로 에피쿠로스학파, 스토아학파, 회의주의자, 신플라톤주의자이다. 에피쿠로스학파는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을 받아들였고, 스토아학파는 헤라클레이토스의 만물의 근원은 불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고, 회의주의자는 소크라테스적인 회의의 방법을 자신들의 탐구 방법으로 이용했고, 신플라톤주의자는 플라톤에게 크게 영향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실천적인 철학을 강조했다. 알렉산드로스에 의해 로마 대제국이 생기고 그리스의 소도시도 로마 제국에 흡수됨에 따라 더 이상 사람들은 이상 사회에 관한 문제들을 사색하는데 관심을 잃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하는 조건 속에서 삶의 방향을 제시해줄 실천 철학이었다. 따라서 더 이상..

'철학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무슨 효용이 있는가?'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나 역시 그랬다. 특히 나는 철학사 공부의 의미가 궁금했다. 플라톤의 철학과 니체의 철학은 완전히 상반된다. 그런 상황에서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는 것과 니체 철학을 공부하는 게 도무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서로 상반되는 철학 중 어떤 것이 진리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플라톤 철학을 공부하는 것과 니체 철학을 공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말 궁금했다. 니체 철학이 진리라면 플라톤 철학은 왜 공부하는 것일까? 지난 2,500년간 수많은 철학자가 있었고 각 철학자마다 고유의 철학이 있었다. 철학사를 공부한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가? 오랜 고민 끝에 답을 구하지 못해 모교의 철학..

김유정의 소설이 일제강점기 농촌의 생활상을 그린 반면, 현진건의 소설은 주로 지식인의 삶을 그렸다. 중고등학생 때 한 번쯤 읽어봤던 운수 좋은 날은 인력거꾼 김첨지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술 권하는 사회, 빈처, 타락자는 모두 지식인의 삶을 다루고 있다. 술 권하는 사회, 빈처, 타락자에는 모두 지식인으로서 꿈을 펼치고 싶어도 일제의 억압으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고뇌가 담겨 있다. 그의 작품의 배경은 1920년 경이다. 김유정의 소설과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 시대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문학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어휘, 생활상은 달라도 인간의 감정은 똑같다는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의 인력거꾼 김첨지는 자기 아들뻘 되는 돈 많은 손님에게 굽신거리며 큰 돈을 벌기를 기대한다. '술 ..

군 시절, 김유정의 단편 소설들을 재밌게 읽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니 군 시절 참 많은 책을 읽었다. 집에서 책장 정리를 하다가, 책의 좋은 구절을 필사해놓은 노트를 우연히 발견했다. 오랜만에 그 노트를 읽으니 당시 감정이 물씬 느껴졌다. 그때의 나는 문학을 순수하게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책에 대한 순수함이 많이 사라졌다. 읽을 책이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판별하고 있는 나를 어느 순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지금도 철학과 문학에 대한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책은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라 생각한다. 책으로 어떠한 유용이나 득을 얻으려는 태도는 책에 대한 순수성을 퇴색시킨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얻기 위해 '수단'으로써 책을 접하는 ..

[상상하지 말라]는 내가 좋아하는 데이터 분석가 중 한 명인 송길영 부사장의 개정판 책이다. 시중에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책이 수두룩하게 많다. 많은 책들이 빅데이터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례를 소개한다. 뜬구름 잡는 얘기가 많아 빅데이터 사례집들은 잘 안 읽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 윌라 오디오북 무료 체험판을 등록했는데, 이 책을 무료로 들을 수 있어서 한번 들어봤다.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내용이 괜찮았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무엇보다 송길영 부사장 본인이 직접 분석하고 경험한 사례를 들었기 때문에 내용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저자는 많은 회사에 컨설팅이나 고문을 해주었다. 비단 데이터 분석 자체에만 포커스를 둔 것이 아니다.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어..

이 책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분석철학의 창시자인 버트런드 러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행복에 관한 책이다. 큰 문제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조차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며, 어떻게 하면 행복의 길에 들어설 수 있는지에 대해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책이다. 사실 이 책은 7년 전에 처음 읽었는데, 그때 당시 러셀이 누군지도 모르고 읽었다. 그저 유명한 학자 중 한명이겠거니 생각을 했고, 흔한 행복론 중 하나라 생각했다. 그런 편견을 가지고 읽다보니 책을 완벽히 소화하지 못했다. 그러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러셀의 살아생전 인터뷰를 보고 다시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1장에서는 인간이 불행한 이유에 대해 고찰해보고, 2장에서는 행복으로 가는 길에 대해 살펴본다. 러셀이 말하는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이 책은 앨런 튜링의 논문 2편과 강연 2개, 에세이 1개를 엮은 책이다. 앨런 튜링은 영국 출신의 수학자였다. 그는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컴퓨터 과학, 인공지능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가 활발하게 활동했을 때는 1940~1950년 즈음이다. 지금으로부터 70~80년 전이다. 그때부터 그는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에 대해 생각했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지는 않았고, 지능을 가진 기계(Intelligent Machinery)라고 표현했다. 이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인공지능과 거의 흡사하다. 이 책을 읽으며 튜링에 대한 생애가 궁금해 그와 관련된 팟캐스트를 찾아들었다. 참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어려서부터 수학에 타고난 그는 이..

군 시절 위대한 개츠비를 처음 읽었고, 2016년에 두 번째로 읽었다. 그리고 이번에 2번을 더 읽어 총 4번 읽었다. 솔직히 맨 처음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을 때는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저 그런 가벼운 연애 소설만 같았다. 이번에 위대한 개츠비를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순전히 [상실의 시대] 때문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재작년에 처음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땐 주인공인 와타나베의 담담함과 소설 전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인상 깊다고 생각은 했다. 평온함과 담담함,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고뇌를 아름답게 그려낸 소설이며, 20대 초반인 누군가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이라고 느꼈었다. 그러나 [상실의 시대]를 처음 읽었을 때는 왜 사람들이 하루키를 극찬하는지, [상실의..

코엑스 영풍문고에서 책을 구경했을 때였다. 매번 서점에 가면 철학 섹션과 고전 섹션을 먼저 본다. 특히 철학 섹션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그 넓은 코엑스 영풍문고에서 철학 섹션은 단 한 칸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2단으로 되어있는 책꽂이의 뒤쪽에 있어 보기가 여간 불편했다. 게다가 철학자들이 쓴 원저가 아니라 그 원저를 설명해놓은 해설서나 철학 입문서들 위주였다. 문득 군 시절 휴가 나왔을 때가 생각이 났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휴가 나올 때마다 천안 교보문고를 찾았다. 철학 섹션의 바닥에 아빠 다리를 하고 앉아 이 책 저책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잘 모르겠는 그런 책들을 보며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그러나 코엑스 영풍문고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어 안타까..

개인적으로 불교를 하나의 철학으로서 좋아한다. 종교로서는 그다지 믿지 않는 편이다. 절에 가서 108배를 한다고 나의 바람이 이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과거 성인들은 모두 존경한다. 예수, 석가, 소크라테스, 공자, 노자 모두를 존경하고 그들의 철학 또한 존경한다. 이들 중 예수와 석가의 사상은 종교로까지 발전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예수든 석가든 신으로서 우리를 보호해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즉, 종교로서는 믿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예수와 석가 모두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이고, 그들의 사상은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호불호가 있듯이 나는 그런 성인 중 석가와 노자를 좋아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석가와 노자의 철학을 좋아한다. 내가 평안..

제3부: 지배하는 문명, 지배받는 문명 제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 준 사악한 선물 총과 쇠만으로 유럽인이 비유럽인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병원균이라는 사악한 선물이 없었더라면 정복은 이루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11장에선 유럽인이 다양한 병원균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유럽인이 다양한 병원균을 가질 수 있었던 원인 병원균은 궁극적으로 조밀한 인구와 가축화 때문에 많아졌다. 우선, 조밀한 인구와 병원균의 관계를 살펴보자. 앞서 살펴봤듯이 농경민은 수렵 채집민에 비해 인구 밀도가 높다. 인구 밀도가 높으면 그렇지 않은 것에 비해 전염병이 쉽게 퍼질 수 있다. 그리고 수렵 채집민은 자신의 분뇨를 방치한 채 다른 곳으로 떠날 수 있는 반면, 농경민은 정착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어떻게 하다 보니 공교롭게 2019년을 마무리하는 책으로 인류 대서사시인 총, 균, 쇠를 읽게 되었다. 2017년 마무리는 코스모스, 2018년 마무리는 사피엔스였고, 올해는 총, 균, 쇠로 마무리한다. 매년 말 인류 대서사시를 읽으며 마무리한다는 게 한편으론 뿌듯하다. 내년 말엔 어떤 책을 읽을지 벌써 궁금하다. 총, 균, 쇠의 주제는 간단하지만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디테일하다 보니 1~2부와 3~4부로 나누어 정리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책과는 다르게 나의 생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주장하는 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서평을 갈음하고자 한다. 사실 서평이 아닌 책 요약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렇게 요약하지 않고서는 책을 다 읽고 난 뒤 내용을 까먹을 것 같았다. 제1장을 읽고 요..

지금 눈에 보이는 건물과 거리, 고원 가운데 80퍼센트가 지금보다 기능과 구조가 뛰어났다면 당신과 당신의 부모, 형제, 자녀의 삶은 어땠을까? 모든 동네가 활기 넘치고 주민들끼리 어울리기 쉬운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저렴하고 편리한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면 어땠을까? 모든 주택과 아파트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디자인이 뛰어나고 잘 관리된 공원이 있거나 집에서 공원이 보인다면? 모든 집과 직장, 교실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커다란 창문이 있다면? 이 모든 게 가능했다면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간'이란 어떤 의미일까? '공간'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공간'은 어떤 형태일까? 어떤 '공간'을 만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를 신뢰하고 있다. '감'이 아니라 '숫자'로 현상을 표현하는 것이 객관성의 발로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영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이상 고위직의 '직감'으로 기업을 경영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 데이터가 모든 걸 말해주고, 의사결정까지 도와준다. 이렇듯 우리는 데이터를 믿는다. 하지만, 이 책은 데이터의 객관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과연 데이터가 정말로 객관적일까? 데이터에 주관성이 묻어나진 않을까? 모든 걸 데이터에 맡길 만큼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까? 조작하지 않는 한,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데이터를 통해 현상을 보려 하기에 그 선택과정에서 커다란 왜곡이 발생한다. 인간은 수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

4년 반 전 군대에서 '인정 욕구'라는 주제로 긴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기를 바라는 마음'과 맥락이 유사한 글이었다. 4년 반 전 그 글을 쓰며 생각했다. '사람들은 남들에게 보여지는 면에 대해 왜 이리도 신경을 쓰는가?', '인정 욕구의 득은 무엇이고 실은 무엇인가?', '우리가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을 사는 이유는 본인이 정말 그것을 좋아해서 일까?' 그때 쓴 글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 대한 의문을 품은 글이라면, 이 책은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 인기란 무엇인가 살펴보고, 그 인기(사실 호감이라 표현해야 더 적합하다)를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인기가 있다고 반드시 더 행복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기는 지위와 관련된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