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책과 사유 (100)
귀퉁이 서재
평소에 '데이터 홀릭'이라는 팟캐스트를 즐겨 듣는다. 데이터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팟캐스트다. 2019년 초, 방송 시작 때부터 들었으니 벌써 2년 넘게 듣고 있다. 작년부터 이 팟캐스트에 박준석 님이 반 고정으로 나온다. '오하이오의 낚시꾼'으로 잘 알려진 통계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다(그래서 방송에선 '피셔 박(fisher park)'으로 부른다). 데이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시원하게 촌철살인하시는 분이다. 그래서 박준석 님이 나올 땐 도움되는 정보를 꽤 얻고는 한다. 팬심으로 박준석 님이 쓴 책을 읽었다. 예전에 쓴 도 읽었고, 최근에 나온 도 읽어 봤다. 은 데이터 과학자 11명이 쓴 글을 박준석 님이 엮은 책이다. 핀테크, 게임, 야구, 보안, 병원,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데이..
통계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수식은 가능한 한 적게 실어서 읽기 쉽다. 수학으로 먼저 다가가지 않고, 실생활 예제를 바탕으로 직관으로 먼저 이해하게끔 만든다. 이런 점에서 가볍게 읽기 좋으면서도 남는 게 있는 교양서다. 책 전체를 아우르는 큰 주제는 이거다. 통계는 복잡한 현상을 요약해서 설명하는 불완전하지만 간편하고 유용한 도구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완벽한 속임수가 되거나 엉뚱한 해석을 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보자. 학점 평균이 3.7인 대학생이 2.5인 대학생보다 뛰어난 학생일까? 일반적으로 보면 그렇다. 학점 평균은 학생을 서로 쉽고 편리하게 비교하도록 하는 기술 통계 값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학점 평균이 2.5인 학생이 3.7인 학생보다 더 어려운 과목 ..
왜 글쟁이들이 오히려 읽기 어렵게 글을 쓸까? 이오덕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될 수 있는 대로 민중이 잘 안 쓰는 말을 써서 유식함을 자랑하고 싶어 하거나, 적어도 너무 쉬운 말을 써서는 자기가 무식하게 보일 것을 염려하는 것이 글쟁이들에게 두루 퍼져 있는 버릇이다. 이 부끄러운 버릇을 싹 뜯어고치지 않고는 우리 말글을 살릴 수 없다. 나도 이 부끄러운 버릇이 있었다. 될 수 있는 대로 어려운 말을 쓰려 했다. 이런 못된 버릇 때문에 우리 말글이 엉터리가 되고 있다. 아이들도 그런 글을 보고 자라니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리 없지. 이오덕 선생은 말한다. 우리가 쓰는 말과 글 대부분을 순수 우리 말글로 바꾸면 알아듣기도, 말하기도 쉽다고. 날씨 좋은 주말에 버스를 타고 백화점에 가고 있었다. 버스에서 안..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철학이 여러 분기로 나뉜다. 따라서 한 철학 사상을 선별해서 적절한 비중으로 다루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진다. 여기서는 19세기 철학의 여러 사상을 다양하게 살펴보겠다. 워낙 다양한 철학이 있어서 19세기 이전 철학만큼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한다. 19세기 철학의 특징은 칸트에서 비롯한다는 점이다. 칸트를 계승하든 반대하든, 칸트를 염두하지 않은 철학 사상은 거의 없다. 19세기 철학인 실증주의, 유물론, 낭만주의, 생철학, 신칸트주의는 모두 칸트를 비판하거나 계승한 철학이다. 제1장 낭만주의와 독일 관념론 I. 피히테 - 독일 주관적 관념론자 1. 생애와 저작 피히테는 '의지의 창조적 힘'을 광적으로 믿었다. 그는 하나의 욕구밖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 욕구란 행위하는 욕구다. ..
이번 글에선 영국 경험주의, 프랑스 계몽주의, 임마누엘 칸트를 요약했다. 제1장 계몽주의 시대 I. 영국 1. 영국 경험론의 선구자 제4부에서 데카르트(프랑스), 스피노자(네덜란드), 라이프니츠(독일)로 이어지는 대륙 합리주의를 알아봤다. 이와 대비되는 철학 계통은 영국 경험주의다. 이들은 합리주의 철학자들과 다르게 이성을 거부했다. 철저히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모든 인식을 경험에서 구하기 때문에 경험주의라고 한다. 영국 경험주의 철학은 18세기에 전성기를 맞는다. 대표적인 철학자는 존 로크, 버클리, 데이비드 흄이 있다. 2. 로크 - 경험론의 시초 존 로크는 1632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자연과학, 의학, 국가론을 공부했다. 로크의 주저는 이다. 프랑스의 데카르트가 그랬듯이 학술용어를 ..
드디어 '잃어버린 천 년'을 지나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에 다다랐다. 제1장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시대의 철학 I. 중세에서 근세로 정신적 전환 이미 후기 스콜라 철학 시대에 신학이 점차 무너지고 이성의 가치가 커졌다. 그러면서 철학은 인습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정신적 전환의 전조를 보였다. 1. 발명과 발견 15~16세기에 유럽을 뒤바꿔 놓은 세 가지 발명이 있다. 나침반, 화약, 인쇄술이다. 나침반을 발명해 바다를 항해할 수 있게 되었고, 화약을 발명해 기사 계급의 지위를 약하게 만들어 사회를 변하게 했고, 인쇄술을 발명해 지식을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런 발명 못지않게 유럽에 큰 영향을 미친 발견이 있다. 바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바스코 다 가마의 인도 항로 발견, 마젤란의 ..
로마 사람들은 오랫동안 기독교를 거부했다. 로마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로마 황제들도 기독교를 핍박했다. 이러한 박해는 기독교를 약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로마 중기 황제인 콘스탄티누스 대제(재위 306~337)는 313년에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정식 종교로 채택했다. 392년에는 기독교 외 다른 종교를 숭배하는 걸 전면 금지했다. 이때부터 기독교가 로마 제국 어느 도시에서나 우세를 점했다. 중세 철학 시대는 크게 두 시대로 나뉜다. 첫 번째 시기는 '교부철학' 시대, 사도가 활동할 때부터 800년경까지 시기를 말한다. 두 번째 시기는 '스콜라철학' 시대다. 800년경부터 중세 철학이 끝나는 1,500년경까지다. 다시 교부철학 시대는 두 시기로 나뉜다. 제1기와 제2기인..
제2부는 그리스 철학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스 철학은 크게 세 시대로 구분한다. 첫 번째 시대는 '소크라테스 이전의 철학' 시대. 기원전 600년경에서 기원전 4세기 초까지다. 인류 최초 철학자가 등장한 시기다. 두 번째 시대는 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때로, 기원전 5세기 중반부터 기원전 322년(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때)까지다. 위대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활동한 시대다. 세 철학자는 서로 스승과 제자 관계였으며, 이 세 철학자 덕분에 그리스 철학은 전성기를 맞는다. 논리학, 형이상학, 윤리학, 자연철학, 사회철학, 미학, 교육학 등 우리가 아는 대부분 철학 분과가 이때 생겼다. 가장 오래 지속된 세 번째 시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죽은 후부터 기원후 수 세기 동안 이어진다. 이 ..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모든 학문의 근원이 철학이라는 점이다. '학문'이라는 게 없던 고대에 누군가가 이런 생각을 했다. '만물의 근원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다. 더불어 파생 질문도 뒤따랐다. 파생된 질문에 답하려고 또 다른 주장과 질문이 생겨났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학문이 발전했다. 철학, 윤리학, 문학, 수학, 과학, 예술, 역사, 정치학은 그렇게 탄생했다. 철학사를 훑는 건 정신의 역사를 훑는 일과 같다. 동시에 학문의 역사를 고찰하는 작업이다. 그렇다면 철학의 대상은 무엇인가? 바로 '모든 것'이다. 철학의 여러 부문을 차례로 나열해보자. 그다음 각 부문 옆에 동일한 대상을 다루는 개별 과학을 표시해보자. 이럴 경우 우리는 대상 목록 최상단에 가장 포괄..
많은 사람들이 AI나 데이터 분석을 마치 마법처럼 생각한다. 데이터만 있으면 '뿅'하고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얻을 거라 믿는다. AI나 데이터 분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바다. 아니 오히려 얕게나마 데이터 분석 관련 책을 읽거나 특강을 들은 사람들이 더 심하다. 비IT 업계의 많은 관리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분석 관련 일화를 바탕으로, 데이터에 관한 오해와 진실을 소개한다. 만화와 글로 이루어져 읽기도 쉽다. 구성도 시원해서 1~2시간이면 다 본다. 데이터를 선무당처럼 아는 마케팅 본부장과 데이터 분석에 능숙한 권 대리, 이 대리가 등장인물이다. 귀여운 만화 캐릭터로 재미난 일화를 그려냈지만 데이터를 모르는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 때문에 저자가 얼마나 답..
윌 듀런트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다. 대표작으로는 와 가 있다. 그는 50년 동안 연구한 끝에 인류 문명사 전체를 정리한 라는 11권짜리 대작을 집필했다. 를 쓴 뒤 퓰리처 상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윌 듀런트에게 여러 질문을 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가는 누구인지, 가장 위대한 시인은 누구인지, 최고의 책은 무엇인지 등을 말이다. 반세기 넘는 세월을 인류 문명사 집필에 바친 사람이니, 사람들이 윌 듀런트의 의견을 알고 싶어 하는 게 당연하다. 이러한 대중의 요구가 강해지자 그는 펜을 들었다. '가장 위대한 사상가 10명', '가장 위대한 시인 10명', '교육을 위한 최고의 책 100권', '인류 진보의 최고봉 10가지', '세계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연도 12가..
좋은 시는 무엇을 믿으라고 하지 않는다. 좋은 시는 몇 개의 단어로 감성을 깨우고 삶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좋은 시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 속한다. - 아잔 브라흐마 - 는 류시화 시인 엮은 시집이다. 그가 엮은 과 , 그리고 도 읽었으니 이번이 네 번째 시집이다. 는 류시화 시인의 최근작인데, 전작 못지않게 훌륭하다. 그의 시집을 유독 좋아한다. 울림이 있는 전 세계 시를 엮는 능력이 탁월해서이기도 하지만, 류시화 시인과 내가 삶을 향한 가치관이 어느 정도 일치해서 그렇지 않나 싶다. 그는 시에 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날마다 경험하는 두려움, 망설임, 냉소와 의심, 물질주의로부터 우리를 치유해주는 부적 같은 힘이 시에는 있다.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속도에 대한 세..
1999년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사망자 13명과 부상자 24명이 발생했다. 가해자인 에릭과 딜런은 그 자리에서 자살했다. 이 책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가해자 딜런의 엄마다. 수 클리볼드는 평범한 엄마다. 딜런도 부모의 말을 잘 듣는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가정은 화목했고, 여타 다른 가정과 다를 바가 없었다. 수 클리볼드는 딜런에게 올바른 가정교육을 시키려고 노력했다. 딜런에게서 어떠한 문제도 발견하지 못했다. 끔찍한 학살사건을 저지를 만한 어떤 낌새도 발견할 수 없었다. 놀라운 사실은 콜럼바인 총기난사가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에릭과 딜런이 철저하게 계획한 사건이다. 그들은 약 1년 동안 대학살을 계획했다. 원래는 폭탄테러를 계획해 교내 식당에 폭탄을 설치했다. 식..
검색 알고리즘, 진화(유전) 알고리즘, 군집 알고리즘, 머신러닝, 딥러닝, 강화학습을 다룬 책이다. 유전 알고리즘, 군집 알고리즘, 딥러닝, 강화학습 모두 생명체에 영감을 받아 고안한 알고리즘이다. 유전 알고리즘은 진화 현상에서, 군집 알고리즘은 개미의 군집 현상에서, 딥러닝은 뉴런에서, 강화학습은 사람이나 동물의 행동(구체적으로 행동 심리학)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책은 개념 설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알고리즘 원리를 생명 현상에 빗대어 설명한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쉽다. 이 게시글에서는 유전 알고리즘까지 정리해봤다. Ch 1. 인공지능이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정의하려면 먼저 '지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
참된 고전 원작을 그대로 애써 꾸준히 읽어라. 이 말에는 더 이상 덧붙일 말이 없다. - A.W. 슐레겔 쇼펜하우어는 내가 막연히 좋아하는 철학자다. '막연히'라고 표현한 이유는 이 책을 제외하곤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다. 쇼펜하우어 철학을 설명한 다른 책을 읽었을 뿐이다. 그의 주저 는 언제나 인터넷 서점 장바구니에 담겨 있다. 그 말은 를 계속 안 사고 있다는 이야기다. 여유를 가지고 진득하니 봐야 할 책이라 못 보고 있다. 언제 보려나... 적잖은 작가와 철학자, 예술가들이 쇼펜하우어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마르셀 프루스트, 에밀 졸라,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프란츠 카프카, 안톤 체호프, 윌리엄 서머싯 몸, 조지 버나드 쇼, 칼 융, 프리드리히 니체, 비트겐..
읽기 힘든 책이었다. 내용이 어려워서가 아니다. 글은 오히려 술술 읽힌다. 글은 수월하게 읽히는데 마음이 턱턱 막혀 읽기가 힘들었다.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을 읽으면서도 읽기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다. 은 패배감과 우울감이 가득하지만 그런 감정 또한 인간 본성의 한 측면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공감 가는 면도 많았다. 그런데 는 다르다. 우울감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다. 정신병적 분위기가 소설 전체를 지배한다. 강렬하다. 읽기가 참 힘들다. 이런 소설은 처음이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 처음이다. 한강 작가도 이 책을 쓰고 나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주인공에게 미안하다고도 토로했다. 본인이 창작한 주인공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다니. 김중혁 작가는 를 읽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빨리..
지금까지 니체에 관한 책을 적잖이 본 거 같다. 니체 본인의 저서든 다른 사람이 니체 사상을 설명한 책이든 말이다. 니체를 처음 접한 때는 2013년이었을 것이다. 니체 사상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어리둥절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명확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여러 책을 읽으니 명확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이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다른 니체 책들을 읽고 강연도 들었는데, 기존에 내가 알던 니체랑 조금 달랐다. 참 골치 아프게 만드는 철학자다. 다시 니체의 책을 접하니 장막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퍼즐이 맞춰지는 듯했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으니 내가 모르던 또 다른 니체 모습이 보였다. 알다가 모르다가를 반복한다. 몇십 년 간 니체 연구를 해온 백승영 교수의 강의를 ..
빌 브라이슨은 재밌게 글을 쓴다는 평이 자자한 작가다. 상당히 유명한 작가인데 이제야 그의 책을 읽어봤다. 는 말 그대로 우리 몸에 관한 쉬운 안내서다. 피부, 뇌, 심장, 장기, 뼈, 신경 등 인체에 대해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다 읽고 나니 빌 브라이슨이 왜 유명한지 알겠다. 첫 번째 이유는 글을 재밌게 쓰기 때문이다. 인체를 설명하는 의학 내용을 다루다 보면 글이 지루해지기 쉽다. 의학적인 지식을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학적인 내용을 다루는데 왜 이렇게 글이 쉽게 읽히고 재미있는지 분석해보니, 일화를 많이 넣었다. 예를 들어, 유방암을 설명하며 19세기 초반에는 마취제가 없어 불에 지진 칼로 유방을 직접 베어낸 사례를 들었다. 1810년 영국의 소설가 버니는 쉰여덟에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받..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는 육체를 건강하게 만들려고 운동을 하고 머리를 좋게 하려고 학습을 하는데, 왜 마음은 돌보지 않는 거지?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1시간씩 운동을 한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2시간 이상 공부를 한다.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책을 읽는다(짬나는 날이 별로 없어 매번 지하철에서만 읽긴 하지만). 우선순위는 운동→공부→독서순이다. 어디에도 '여유 시간'은 없다. 어쩌다 여유가 생겨도 운동, 공부, 독서 중 무언가를 욱여넣는다. 멍청하다. 운동, 학습, 독서엔 그렇게 열정적인데, 무언가에 쫓기듯 급한 내 마음엔 별 신경을 안 쓰니 말이다. 매일 1~2시간은 바라지도 않는다. 10분이라도 여유롭게 마음을 챙기면 좋지 않을까. 사실 이런 생각은 1~2년 전부터 했다..
우울감에 휩싸인 작가가 쓴 글의 분위기는 어떨까? 그 극치를 보여준 작품이 이다. 읽다가 포기한 사람이 있을 정도로 우울감, 패배감이 가득한 책이다. 주인공 요조는 소위 사회 부적응자, 말하자면 패배자다. 그렇다고 순수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적어도 다른 사람 눈에는 인간과 사회를 이해 못하는 떠돌이다. 다섯 번의 자살 시도 끝에 생을 마감한 다자이 오사무 자신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첫 번째 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곤 바로 이렇게 이어진다. 정거장에 있는 육교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도 그것이 선로를 건너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전혀 생각 못하고 다만 그것이 정거장 구내를 외국 놀이터처럼 복잡하고 즐..